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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14 재미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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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전문기자로 일하면서 곤란한 질문 중 하나는 '그 게임 재밌어요?'라고 물었을 때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은 취향에 따라 개인적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지고 개개인들의 주관이 확실한 독자의 입장에서 외부의 시선이 자신과 너무 다른 평가가 나올 경우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리뷰 역시 기자들의 성향에 따라 좋아하는 게임과 좋아하지 않는 게임이 반영되어 나타나기 마련인데,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내공이 부족하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혹은 '딴 소리만 한다'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기자 역시 게이머 입장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취향과 시각에 따라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에 플레이 동선에서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메이플스토리2'와 '파이널판타지14'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국내 게임시장의 틀을 닦은 것이 MMORPG이고 주변에 그러한 지인들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과거에는 열혈 유저였지만 지금은 결혼한 남편으로 위치가 달라졌어도 그래도 대작, 신작들이 나오면 모니터와 마우스를 쳐다보게 만드는 것은 게이머의 본성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잘나가는 백종원 씨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마니아임을 공공연하기 밝히기도 했었다.

다시 파이널판타지14 이야기로 돌아가면, 게임을 평가하기 앞서 자신이 MMORPG에서 어떤 게임을 좋아했고 어떤 성향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글을 작성하고 있는 필자는 파이널판타지6이전의 다소 올드 버전 취향의 게임을 선호하고 파이널판타지11, 파이널판타지14의 온라인게임만 10년 넘게 플레이해 스퀘어에닉스의 온라인게임에 익숙해져 있음을 우선 밝혀둔다.

팬덤, 소위 빠심까지는 아니지만 한번 크게 망했던 파판14의 오리지널 버전부터 플레이해왔으니 '애증'의 게임 정도는 될 것 같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게임, 기본 이상의 재미는 보장>

현재 파이널판타지14는 두말할 나위 없이 전세계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다. 많은 수치와 데이터에서 이는 확인됐고, 최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하락세와 반대로 3년차를 맞는 글로벌 버전의 인기는 '헤븐스워드' 확장팩에서 더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지에 대한 대답에 앞서 최근 상황을 언급한 이유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마찬가지로 파이널판타지14 역시 전세계에서 MMORPG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플레이하고 있음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취향은 존재하지만 그래도 세계 시장에서 손꼽을 수 있을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다양성을 반영한 요소들이 게임에 녹아있다고 보면 된다.

스토리, 전투, 그래픽 모두 취향에 따라 '괜찮음'과 '부족한 수준'으로 나뉘겠지만 대중적으로 히트 친 상품을 보면 그래도 무난한 수준의 것들이 존재하는 만큼, 파이널판타지14 역시 그 정도의 무난함을 가지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4의 강점과 특징>

그렇다면 파이널판타지14가 가진 특징이 중요한데, 게임은 '유저의 역할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게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다소 광범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우선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의 단어에서 역할(role)의 재미와 특징을 부각시킨 게임이다.

어느 순간 많은 MMORPG에서 '함께'와 유저 개인의 '역할'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쁘고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가 반영된 결과 일 수 있으나 혼자서 수많은 적을 상대하고 던전도 혼자서 클리어하면서 멀티플레이가 약해지고, 그 안에서 유저의 존재인 역할이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파이널판타지14는 탱커, 딜러, 힐러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뉜다. 현재 글로벌 버전의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국내에 서비스될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최고 레벨이 되어도 20레벨의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 할 수 없다. 반드시 동료와 다른 역할을 해줄 친구들이 필요하다. 때문에 자신이 탱커의 역할을 할지 딜러의 역할을 할지가 중요하고, 게임의 재미 역시 역할을 기본으로 한다.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어도 혼자서 모든 것을 플레이하길 원하는 유저라면 파이널판타지14는 거의 빵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것이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파티플레이와 던전, 역할을 원한다면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스토리 역시 유저가 말단 병사에서 한 국가의 주요 인물로 성장하는 부분이 맞물려있어 수많은 MMORPG 같이 반복 전투를 하거나 채집 등으로 한 국가에서 자신의 위치와 등급을 올려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물론 스토리 진행과 자신의 성장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플레이 동선이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파이널판타지14의 세계관이나 재미를 100% 느끼고 싶다면 다소 느린 템포의 플레이가 조금 더 나을 수 있다.

<파이널판타지14의 던전은 콘솔게임과 같은 느낌>

파이널판타지14의 대표 엔드 콘텐츠인 만신전, 대미궁 바하무트 등을 보면 기존 MMORPG와 다소 다른 형태의 패턴과 진행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던전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데, 파이널판타지14는 8명 혹은 그 이상의 인원들이 특정 상황에서 맞춤 행동을 하지 않으면 전멸하는 조건을 가진다.

특정 발판에 올라가거나 특정 스킬을 봉쇄하지 않으면 파티원들이 전원 사망하는 형태다. MMORPG의 던전이라기 보단, 콘솔게임의 보스전 느낌이 강한데 이를 8명이란 인원이 역할을 나누어 공격, 회피, 방어, 봉쇄 등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파티원들의 호흡, 단결이 중요하게 요구된다.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시스템이지만, 그만큼의 완성도와 재미가 있어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있는 부분이다.



<파이널판타지14 최종 평가는?>

파이널판타지14의 가격은 1개월에 19,800원 90일에 47,500원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모바일게임 패키지의 가격이 5만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약 3개월 요금이 47,500은 지금 추세에 크게 반발심이 생기지 않는 정도다.

게다가 국내에만 있는 PC방 혜택은 던전 밸런스와 난이도 하향을 다소 의심스럽지만(던전은 다소 어려워야 만족도가 커진다는 관점에 의거), 국내를 위해 특별하게 준비된 내용임을 감안하면 스퀘어에닉스와 파이널판타지14팀에서 얼마나 국내 시장에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12일 기자간담회에 스퀘어에닉스의 대표가 직접 참석한 것만 봐도 국내 시장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파이널판타지14가 가진 재미와 특징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다. 콘텐츠 부족은 이미 1년 넘게 서비스하고 있는 버전이 존재하는 만큼 부족하지 않은 페이스로 공급될 예정이라 1년 이상은 빠른 속도로 즐겨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시장에 정통 MMORPG가 부족한 상황에서 탱커, 힐러, 딜러의 조합으로 구성된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고, 가격 경쟁력도 충분히 존재해 믿고 플레이해도 좋은 수준의 게임이다.

전투 이외의 제작, 생산 부분도 광범위하게 해야할 것이 존재해, 엔드 콘텐츠 공략이 아닌 스토리와 커뮤니티를 우선시하는 유저들도 게임 속 해야할 것과 즐길 것들은 충분하게 존재한다. 제작만 예를 들어도 단순 재료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아이템의 제작을 위해서는 재료의 수급부터 쉽지 않은 뿐더러 제작 직업의 등급, 복장, 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자연스럽게 채집, 낚시 등의 생활형 콘텐츠와 연결되어 재미를 전달한다.

<두줄 요약>

WoW 같은 게임을 원한 MMORPG 마니아들은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 가격 경쟁력 있음. 엔드 콘텐츠 충분함. 전투 이외의 콘텐츠 다수. 작업장 개입 여지가 적음.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