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이승미 기자]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이경규,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한국 예능의 힘이 나라 밖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다. 드라마로 시작해 가요로 이어지던 한류의 물결이 마침내 예능까지 닿았다. 웃음은 만국 공통의 언어라, 한국 예능의 진가를 알아본 중국의 방송사들은 일찌감치 '나는 가수다',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 인기 예능의 틀을 구입해 중국판으로 바꾸는데 공을 들였다. 그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세차지니, 최근까지도 '무한도전', '복면가왕',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 중국판 제작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승의 기운을 타고 방송가의 내로라하는 문파들이 예능인 모시기에 적극 나섰다. 이름 좀 있다하는 문파들은 강호의 고수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눈치 작전에 몸이 바쁘다. 한 곳에 얽매이기 싫다며 자유로이 무림을 누비던 무사들도 이제는 바뀐 무림 환경에 발맞춰 마음을 바꾸고 있다. 예능인들은 더 넓은 포부를 펼치기 위해 제 모양에 맞는 문파를 찾아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예능계 세력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
빠른 권력 개편 속에서 그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당파들이 생겨났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예능 지형도 탓에 또 어떤 문파가 세를 불려 당파 싸움에 끼어들지는 모를 일이다. 일례로 FNC는 철저히 가요 중심의 기획사였으나 예능 고수 중의 고수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면서 무림계에서 무시 못 할 세를 구축하게 됐다. 그러나 을미년(2015)에 이르러 예능계는 4대 당파가 좌우하는 형세니, 코엔미디어그룹, 라인엔터테인먼트, SM C&C, FNC엔터테인먼트가 그들이다.
4대 당파의 면면을 살펴보자. 우선 코엔은 그야말로 예능계 전통의 강호다. 이경규, 이휘재, 이경실, 조혜련, 현영, 박경림, 홍진경,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장도연, 신봉선, 붐 등 소속 무인들의 이름만 들어봐도 함부로 대적할 상대가 아님을 알 것이다. 개그맨부터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예능에서 활약이 두드러지는 배우와 가수 등 다양한 예능 인재들을 두루 갖췄다. 코엔이 강적인 이유는 고수들의 온상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코엔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를 돌아봐', '아빠를 부탁해', '님과 함께2', '위기탈출 넘버원' 등을 직접 만들어내는 제작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일찌감치 예능 판도를 읽은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고수들은 물론 그들이 뛰어놀 무대까지 탄탄하니 그 저력을 두려워할 만하다.
김구라, 김국진, 이윤석, 김경란 등이 속한 라인엔터테인먼트도 예능계에 손꼽히는 명가. 특히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 '복면 가왕', '세바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썰전', '솔직한 연애 토크 호박씨', '집밥 백선생' 등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종횡무진하며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다. 김국진은 한때 광고 시장을 섭렵했던 전성기부터 지금껏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으며, 소문난 인성까지 갖춰 MC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윤석은 '빠삭한' 정보력과 재치 입담을 바탕으로 '썰전', '강적들', '역사저널 그날' 등 다양한 시사 예능에서 활약, '박사 예능인'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비록 수는 적지만 1당 100의 달인들이 모여있으니 입지가 든든하다.
연예 기획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SM엔터테인먼트 또한 일찌감치 이런 흐름을 알아 봤다. 이에 계열사인 SM C&C을 통해 예능인들을 두루 모아왔다. 이미 임진년(2012년)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이수근, 김병만, 류담, 김태현, 장동혁 등 다양한 예능인을 품으며 'MC계의 소림사'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까지 제작해내는 틀을 갖춘 SM C&C의 위치 선점은 예능계에 상당한 위협이었다. 최근에는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예체능' 등을 연출한 이예지 PD를 글로벌 콘텐츠 기획 담당자로 영입하며 예능계 영향력을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
FNC는 최근 가장 무섭게 성장한 당파라 하겠다. 가수 기획사로 시작한 FNC는 배우부터 거물급 예능인들까지 차례로 품으며 방송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 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FNC가 가장 뜨거운 당파가 된 이유는 모든 당파가 눈독 들이던 유재석의 영입 덕이다. 유재석의 합류 소식이 전해진 날 FNC의 주가 또한 요동쳤다. 유재석은 5년 동안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무림의 치열한 눈치 싸움을 끝에 최종 승자는 FNC가 됐다. FNC는 유재석에 앞서 예능 4대천왕에 등극한 정형돈까지 차지하며 부지불식간에 예능계 강자로 떠올랐다. 자숙중인 '잠룡' 김용만과 노홍철과도 전속 계약을 체결해 당장 눈앞의 예능 판도가 아닌 멀리까지 내다보겠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예능계는 또한 가파른 상승세의 신흥 세력들이 시시탐탐 4대 당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양현석이 수장으로 있는 YG는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개그맨 보다 웃긴 예능 작가' 유병재를 가족으로 품었다. 이어 '야드립' '19금 개그'의 여자 최강자 안영미까지 영입했다. 자기만의 예능 색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빅뱅, 2NE1, 싸이 등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가수들이 소속된 YG와 궤를 같이 하니, 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원조 뮤능인'(뮤지션+예능인)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도 빼놓을 수 없다. 미스틱에는 욕망 아줌마' 박지윤부터 김영철, 서장훈 등 최근 예능가에서 가장 바쁜 예능인들이 소속돼 있다. 또한, 윤종신을 필두로 김연우, 조정치, 뮤지 등 음악인과 예능인을 오가는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제작사로 유명한 초록뱀에서 뻗어나온 초록뱀주나 E&M도 눈에 띈다. '야구 여신' 최희, 공서영과 아나운서 출신 이재애, 천이슬, 김새롬, 공서영, 이상민, 주영훈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패널로 활약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대거 포진돼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렇듯 예능 무림의 세력 싸움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의 구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예능인의 가치가 다시금 조명되고,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것이 자칫 영역 가르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한국 예능세 확장의 기틀이 되길 기대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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