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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흑역사, 10년째 발전없는 쳇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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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도하 아시아선수권대회 때 일이다.

당시 전창진 감독과 강을준, 강양택 코치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아시안 농구계의 격동기였다.

중동국가들은 너나할 것없이 귀화 열풍이 불었다. 당시 카타르는 무려 5명의 귀화선수로 팀 자체를 완전히 개편했다. 하메드 하다디가 벤치를 지켰지만, 전력이 급상승하고 있었던 이란, 그리고 역시 귀화 선수를 받아들였던 레바논 등이 급성장하고 있었다.

한국농구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모텔을 전전하면서 합숙훈련을 진행했다. 제대로 된 전력분석과 트레이너를 공급받지 못했다. 특히 전력 분석 문제는 심각했다. 현지에 도착한 코칭스태프는 급변하던 중동의 성장세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변변한 비디오 자료 한 점도 없었다.

결국 '한국농구의 참사'가 시작됐다. 당시 아시아무대에서 3위 이내의 성적을 기록했던 한국농구는 4위로 밀려났다. 시작점에 불과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5위를 기록했다.

2009년 텐진 아시아선수권대회. 당시 중국 대표팀 스테프만 10명이 넘었다.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만 4명. 그리고 트레이너와 전력분석원이 포함된 인원이었다. 한 중국 기자는 "기본적으로 대표팀이 꾸려지면 필요한 인원들"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이때도 한국은 전력분석원이 없는 단촐한 스태프 규모였다.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른 지난해에는 상황이 그나마 나았다. 현재 오리온스에 근무하고 있는 한기윤씨가 전력분석관을 담당했다. 당시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귀화선수를 물색하기도 했다. 물론 KBL의 어이없는 행정으로 귀화선수는 끝내 불발됐다.

다시 중국 후난성에서 열리는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KBL은 스포츠토토 지원금 변경 문제를 들며 대표팀 지원에 사실상 손을 떼고 있다. 대한농구협회는 재원이 부족하다.

즉, 한국농구의 양대 기구인 KBL은 대표팀 지원에 의지가 없고, 대한농구협회는 능력이 없다.

이 상황에서 인천 아시안게임의 영광은 없다. 오히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3년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정중히 고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모집을 했지만 마땅한 자격을 가진 지도자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김동광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잡았다. 매니저를 한동안 구하지 못했다. 통역을 겸하는 매니저를 구했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때문이다.

결국 최정웅씨가 겸직을 하고 있다.

김 감독과 김상식 조상현 코치는 진천 선수촌에서 담담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양동근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도 별다른 심리적 동요없이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력분석은 없다. 10년 넘게 전혀 발전없이 쳇바퀴가 돌고 있는 국가대표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한국농구의 무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드러내고 표현하진 않지만, 김 감독은 당연히 이런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는 듯 하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시작한 일이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