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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전]'중국팬-엠프공격'과도 싸워야 했던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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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5년 동아시안컵 최종전. 제3국인 중국에서의 격돌이었지만 한국은 완벽한 원정 분위기 속 경기를 치러야 했다.

중국과 북한은 오랜 우방이다. 중국 관중들은 남녀 경기를 막론하고 자국팀과의 경기가 아니라면 북한에 힘을 실어줬다. 북-일전은 거의 중국팀 수준의 응원이 쏟아졌다. 중국팬들은 9일 남북전에서도 북한쪽에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북한이 좋은 장면을 만들면 함성이 쏟아졌고, 반대로 한국이 찬스를 잡으면 야유가 나왔다. 본부석 왼쪽에 50여명의 한국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보냈지만, 중국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에 묻혔다.

경기장을 북한의 홈으로 만든 것은 북한이 자랑하는 '미녀응원단'의 공이 컸다. 큰 대회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미녀응원단'은 이번 동아시안컵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붉은색 셔츠와 흰색 바지, 모지를 착용한 북한의 미녀응원단은 인공기를 들고 '잘한다잘한다 ○○○'을 외치며 일사분란한 응원을 펼쳤다. 가장 많은 이름이 외쳐진 선수는 한국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문지기' 리명국이었다.

북한응원단은 전반 초반 엠프를 사용해 노래를 크게 틀었다. 북한 응원가나 가요 뿐만 아니라 선전의 내용이 담긴 노래도 틀었다. 원래 축구경기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엠프 사용이 금지돼 있다. 북한응원단은 전날 여자축구 남북전에서도 엠프를 사용했다. 그것이 결과를 결정지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느린 템포의 북한 음악은 분명 선수들의 리듬에 영향을 끼쳤다. 다행히 이날 남자축구에서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빠르게 엠프사용을 제지시켰다. 대신 북한응원단은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 소리가 엠프 못지 않게 컸다.

어수선한 그라운드 밖과 달리 우리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주도권을 놓지 않고 준비한 축구를 차분히 펼쳤다. 강하게 부딪히는 북한 선수들의 신경전에도 말리지 않았다. 원톱 이정협이 타깃이 됐지만, 이정협은 특유의 활동량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일방적인 공격에도 골이 들어가지 않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동작이 커졌다. 후반 11분 권창훈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의 팔에 맞은 것 같자 대기심에게 달려가 크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후반 중반 이후 북한이 살아나자 운동장 분위기가 다시 들썩였다. 중국팬들이 부는 부부젤라 소리가 거세졌다. 뒤에 예정된 중국-일본전이 다가오며 중국팬들이 더 늘어났다. 전반보다 더 큰 응원이 북한을 향해 쏟아졌다. 프리킥 찬스에서는 아예 '골, 골, 골'을 외쳤다. 심판도 보이지 않게 영향을 받는 모습이었다. 어슬아슬한 장면에서 행여나 심판이 페널티킥을 불까 조마조마했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리오넬 메시가 뛰어도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태극전사들은 그래도 우리의 경기를 했다.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결정력이 아쉬웠을 뿐이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