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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라은심 대화, 권하늘 헹가레' 남북전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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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5년 동아시안컵 최종전.

나란히 2승을 덜리던 한국과 북한이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여기서 이기는 팀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날 경기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권중사' 권하늘(부산 상무) 때문이었다. 권하늘은 이날 북한전에 선발출전했다. 북한전은 그의 100번째 A매치였다. 경기는 북한의 2대0 승리로 끝이 났다. 우승컵도 북한의 몫이 됐다. 여러차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나뒹굴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다. 전쟁이 멈춘 후 그라운드의 뒷이야기다.

▶화기애애한 경기 밖 풍경

종료 휘슬이 울리자 1990년 통일축구에서 남북화해 대결을 펼쳤던 윤덕여 한국 여자대표탐 감독과 김광민 북한 감독은 악수를 나눴다. 특히 북한의 김 감독은 주저앉아 있던 한국 선수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위로의 말은 건냈다.

사실 여자 대표팀과 북한 대표팀은 가까운 사이다. 여러차례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며 정을 나눴다. 경기 후 치열함 대신 화기애애함이 남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 꽃을 피웠다. 시상식에서 1, 2위로 나란히 선 한국, 북한 대표팀은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 함께 '셀카'를 찍었다. 다음 대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특히, 1998년생 동갑내기인 조소현과 라은심은 각각 한국 대표팀과 북한 대표팀의 주장으로 팀 맨 앞에 서서 함께 마주보며 대화를 하는 등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정'을 나눴다. 다음은 대표팀 관계자가 전해준 두 선수의 대화 내용이다.

은심 "나 보고 싶었다며?"

소현 "응, 그랬지"

은심 "근데 왜 말 안걸었어?"

소현 "응, 그냥(웃음).근데 너 평양에서 살아?"

은심 "응, 평양에서 살아"

소현 "다들 평양에서 살아?"

은심 "응, 다 평양에서 살아. 캐나다 좋아?"

소현 "응, 좋았어"

은심 "머리는 왜 잘랐어?"

▶권중사, 날다

2006년 11월 도하아시안게임 조별리그 대만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권하늘은 북한전을 통해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권하늘은 자신의 기록보다 팀의 패배를 더 아쉬워했다. 권하늘은 "마음 아프고 미안한 경기다. 내가 더 잘했어여 했는데 부족했다. 지금까지 대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사상 첫 월드컵 16강을 확정지었던 스페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하지만 이번 북한전으로 바뀌었다. 아쉽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깜짝 선물'에 마음이 풀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시상식을 마친 후 그라운드에서 권하늘의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축하하는 기념패와 꽃다발을 직접 증정했다. 이어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권하늘을 헹가래하며 축하해줬다. 권하늘은 "기념패를 받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념패를 받고 헹가래로 축하를 받으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고 웃었다.

한편, '맏언니' 김정미(현대제철)는 2015년 동아시안컵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됐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위정심이, 최다 득점상에는 3골을 넣은 라은심이, 최우수 수비상은 김남희(이상 북한)이 뽑혔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