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진료를 하다보면 미각장애 환자들이 많다. 비만환자들은 스트레스장애나 다양한 건강문제들 뿐만 아니라 영양평가에서 어김없이 미각장애를 드러낸다. 미각장애는 스트레스와 중독이 많은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과식과 폭식, 편식을 부추겨 건강일탈을 조장하는 만병의 줄기이기도 하다.
기능적인 미각변화란 특이한 원인 질환 없이 습관적인 특정 맛의 탐닉적 추구로 맛을 느끼는 대뇌회로의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능적인 미각변화의 가장 심각하면서도 보편화된 형태를 필자는 미각중독이라 칭한다. 특정 맛에 대해서만 맛을 느끼고 다른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미각중독은 특정 맛에 대한 선호가 극단화된 형태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맛 의존, 맛 금단, 맛 내성이다. 즉 미각중독을 가진 사람들은 특정 맛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여 반복 섭취하고 해당 음식이 일정기간 이상 제공되지 않으면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불쾌감과 기분저하를 느끼며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기존의 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채 더욱 강하고 센 맛을 찾게 되는 것이다.
미각중독을 일으키는 맛은 혀의 미뢰를 자극하고 대뇌변연계에 깊은 각인을 남길 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인 것이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미각중독을 유발하는 맛이 단맛, 짠맛 그리고 고소한 맛이다.
필자는 단맛이나 짠맛, 고소한 맛을 가지면서 먹는 사람들이 그 음식에 대해 중독되게끔 하는 음식을 그 사람의 탐닉음식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탐닉음식은 일반화되어 있지만 개인적인 선호도가 있을 수도 있다.
미각중독자의 가장 큰 약점 중의 하나가 물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병원을 내원하는 비만인들의 영양평가에서 두드러지는 공통점이 물에 대한 거부감, 나아가서는 혐오감이다. 특히 여성들에게서 이 경향이 두드러진다.
미각중독은 되도록 짧은 시간동안 미각적 쾌락을 최대한으로 공급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다. 따라서 밋밋하고 배만 부른 물을 극도로 싫어하도록 우리 몸을 변형시킨다. 즉 물이 들어가 버리면 탐닉음식이 물리적 시간적으로 끼어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 먹을 시간도 없다는 것은 미각중독의 교묘한 은폐작용인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물은 미각중독이 우리의 뇌를 교묘하게 속이고 길들이는 과정을 방해한다. 탈수상태가 되면 목이 마르다는 신호를 대뇌의 갈증중추로 보내는데 중간에 음식중추에서 이를 가로채어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배가 고프니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삼투압이 높아진 우리 몸은 더욱 더 갈증을 느끼게 된다.
갈증→배고픔으로 신호착각→음식섭취→갈증강화→배고픔으로 신호착각 등 배고픔과 갈증의 숨바꼭질 행보가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물 섭취는 음식중추가 갈증중추를 눌러 미각을 만족시킬 기회 자체를 원천봉쇄해버린다.
따라서 수분섭취를 늘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간단하면서도 성공 가능성 높은 다이어트방법이다. 최소 하루 2ℓ이상의 물을 마셔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2ℓ는 큰 유리컵으로 9잔 정도에 해당한다. 그러니 깨어있는 동안 시간당 한 컵은 마셔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여름철은 땀 등으로 수분소모가 많기 때문에 시간당 두 컵은 마셔야 한다. 운동할 때 역시 시간당 두 컵은 마셔야 한다. 목이 마르다는 느낌은 중요한 내 몸 신호이니 지체 없이 갈증을 해소하라. 그럴 때는 시간당 2~4컵을 마셔도 괜찮다. 당뇨환자 경우 물이 부족하면 혈당이 오르므로 시간당 2~4컵은 마셔야 한다.
아래 내용을 숙지해 다이어트에 성공하길 바란다.
1. 맹물을 마셔라.
뭔가 첨가된 음료보다는 맹물이 몸에 가장 잘 흡수된다. 정수기 물이든 끓인 물이든 수돗물이든 가리지 말고 마셔라.
2. 생과일주스를 마셔라.
물 외에 다른 음료가 마시고 싶다면 물 대신 오렌지주스나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도 좋다. 즉석에서 갈아 만든 생과일주스는 한국인에게 부족한 섬유질이나 영양소를 채워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3. 우유, 요구르트 등 알칼리 음료를 마셔라.
4. 과일을 섭취하라.
수박이나 참외 등의 수분이 풍부한 과일을 먹으면 필요한 수분을 어느 정도 섭취할 수 있다.
5. 첨가물이 섞인 음료를 마신 다음에는 반드시 물을 마셔라.
첨가물이 섞인 음료는 식욕을 증가시키거나 그 맛 자체에 중독돼 비만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첨가물이 함유된 음료를 마셨다면 바로 물을 두 컵 이상 마셔 그 맛을 희석하라. 글·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가정의학전문의/의학박사/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