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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롯데 사태 전 방위적인 개입…신동빈 회장의 승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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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골육상잔의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가(家)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전 방위적으로 메스를 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그룹이 정부의 이같은 칼날을 피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일단 신동빈 회장과 롯데는 정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영권 향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버티기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이번 경영권 다툼으로 촉발된 반(反) 롯데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정위·국세청·금감원, 전 방위적으로 롯데그룹 압박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부는 이번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 기관이 엄밀히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사태에 경제부총리까지 나선 셈이다.

정부는 롯데그룹의 비상식적인 총수 일가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물론 자금흐름까지 면밀하게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롯데그룹 측에 이달 20일까지 순환출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우선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인 롯데그룹이 매년 지분 및 소유 관계에 관한 정보를 공정위에 보고 해왔는데, 지난 5일 공정위는 해외 계열사 현황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가 해외계열사를 통해 롯데그룹에 속하지 않은 국내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해당 회사를 그룹의 계열사로 공정위에 신고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국외 계열사 현황을 축소해 신고를 했다면 신 총괄회장 등을 형사고발할 수도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를 거치면 롯데그룹의 비밀스러운 지배구조 현황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광윤사 등의 지배구조가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나면, 롯데그룹을 향한 정치권의 강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에서도 비상장사인 이곳들은 상당 부분이 비밀에 싸여 있었다. 또한 해외 법인이라,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해 그동안 비밀스럽게 롯데그룹을 지배해왔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여야 정치권과 정부까지 나서 칼날을 들이댈 예정이다.

금감원도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의 2분기 결산보고서를 요구하면서 최대주주인 일본 L2투자회사의 주요 경영정보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L투자회사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 이를 지배하면 사실상 한국의 롯데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데 신동빈 회장은 최근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 등기를 완료, 사실상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접수했다.

롯데그룹에 대한 정부의 압박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다. 지금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롯데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여타 계열사로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기관 모두 416개 순환출자로 이뤄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면밀하게 보고,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발견되면 최고위층인 신격호 총괄회장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도 가만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과 공정위는 6일 국회에서 '롯데 등 대기업 소유구조 관련 당정협의'를 열었다. 이날 당정은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했고, 재벌총수의 해외계열사 지분 공시의무 부과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제2의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고강도 재벌 압박에 나섰다. 국내 법인에만 적용되던 상호출자 규제를 해외 법인까지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일명 롯데 해외법인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또한 다음 달 있을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회장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증인 채택을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신동빈 회장, 반(反) 롯데 정서라는 쓰나미 극복에 '안간힘'

정부와 여야가 한목소리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과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어, 롯데 입장에선 어느 때보다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신동빈 회장 사이의 막장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안 그래도 '롯데=일본기업'이란 이미지까지 덧씌어져, 여론마저 악화된 상태라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는 정부의 개입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롯데그룹은 공정위가 요구한 롯데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주 현황, 주식 보유 현황, 임원 현황 등의 자료를 오는 20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요구한 롯데알미늄·롯데로지스틱스의 2분기 결산보고서와 해당 기업의 최대주주인 일본 L투자회사 정보도 기한에 맞춰 이달 17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압박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선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순환출자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는 그룹 최상층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로 아직 의견이 모아진 게 없다"면서 "최상층부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만간 해법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격호-신동주-신동빈 총수일가가 경영권 다툼의 핵심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혼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총수일가는 지분 싸움뿐만 아니라 법정공방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 의견 조율 후 합의를 하긴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이래저래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 신동빈 회장이다.

재계 관계자도 "(롯데그룹이) 정부의 시퍼런 칼날을 피하기 위해 바짝 엎드린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신동빈 회장 체제가 흔들리는 등 현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줄 경우 여러 방법을 동원해 저항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맞대응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이 헤쳐 나가야 할 위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반(反) 롯데 정서라는 엄청난 쓰나미와 맞닥뜨리고 있다. 롯데그룹도 이를 심각하고 여기고, 순화시키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사실이 왜곡돼 전해졌다"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되는 오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계열사로부터 매년 거액의 배당금이 일본으로 유출된다는 이른바 '국부 유출' 논란과 관련, 그룹 전체 계열사의 일본에 대한 배당금 지급 비율은 낮은 수준임을 적극 해명할 계획이다.

롯데 계열사 제품과 시설에 대한 불매운동도 절대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소비재 중심인 롯데그룹 구조로 볼 때 이 같은 불매 운동은 그룹 전체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줘 그룹의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