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포기하지 말자."
문용관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이 '숙적' 일본전에 패한 뒤 선수들에게 건넨 말이다.
한국은 6일(이하 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체육관에서 벌어진 제18회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일본에 세트스코어 2대3으로 패했다.
한국은 1, 2세트를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이후 서브 범실을 줄이고 블로킹으로 일본을 요리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3, 4세트를 따냈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완성되는 듯했다. 운명의 5세트. 13-14로 뒤진 상황에서 한국은 문성민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은 뒤 일본의 공격을 막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패배의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은 복잡한 대회 방식의 희생양이었다, 이번 대회 첫 패배를 당했지만, 8강부터 토너먼트 방식으로 펼쳐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곧바로 5~8위전으로 떨어졌다. 반면, 일본은 조별예선과 8강 플레이오프에서 3패나 당했지만, 한국을 꺾고 4강행 티켓을 따내는 행운을 누렸다.
문 감독은 "선수들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 동안 아픈 몸을 이끌면서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고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 문 감독은 풀이 죽은 선수들의 자신감 고취에 신경썼다. 그는 "아쉽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말자. 앞으로 2경기가 더 남았다. 이제부터 한국배구의 자존심은 너희들에게 달려있다. 패배를 빨리 잊고 추스려서 대만전을 잘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일본전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몇 가지 장면이 문 감독의 머리 속을 스쳤다. 문 감독은 "아마 일본전은 내 지도자 생활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대회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베스트 멤버로 대회에 출전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베스트 멤버도 아니었고, 차출된 선수들의 몸 상태는 만신창이 수준이었다. 8강전까지 "잘 버텼다"는 말이 맞다. 특히 허리 부상을 안고 있던 서재덕은 어깨 회전근에 이상 신호가 왔다. 어깨를 들어올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문 감독은 서재덕의 출전을 최소화시켰다. 원포인트 서버로만 활용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수의 생명을 더 단축시킬 수 없었다.
패배는 과거다. 한국 남자배구가 다시 뛴다. 7일 아자디체육관에서 열릴 5~8위 크로스 토너먼트에서 대만과 만난다. 한국은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셧아웃시킨 좋은 기억을 안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8강 토너먼트와 8강전을 치르면서 다시 전력을 재정비한 상황이다. 조별예선 때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세계예선에 출전할 수 있는 희망은 남아있다. 우선 한국이 5위를 차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4강에서 이란이 중국을 잡아주고, 3~4위전에서 중국이 4위에 머물면 중국과 한국의 점수차는 4점이 된다.
한국 남자배구는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원팀'을 다시 한 번 발휘할 때다.
테헤란(이란)=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