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순위가 의미가 있을까?"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며 KBO리그에는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팀 별로 적게는 63%에서 많게는 67%까지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소화한 3일 현재, KBO리그에는 크게 두 개의 경쟁 집단이 형성됐다. 우선 2위 두산 베어스와 3위 NC 다이노스, 그리고 4위 넥센 히어로즈가 0.5경기 이내에서 상위권 경쟁을 펼친다. 1위 삼성 라이온즈가 2위에 4경기 앞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형태다.
다음으로는 5위 한화 이글스와 공동 6위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의 중위권 경쟁이 뜨겁다. 이 세 팀 역시 0.5경기 이내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확보를 위해 초박빙 접전 중이다. 하지만 정작 한화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현재의 순위 경쟁이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분명히 지금보다 앞으로 훨씬 더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 결국 지금의 순위 경쟁은 일종의 '예고편'이라는 뜻이다.
김 감독은 "이 정도 경쟁은 사실 별 게 아니다. KIA를 보라. 6연승하면서 금세 치고 올라오지 않나. 지금 LG나 롯데 역시 4~5연승만 타도 분위기가 금세 살아날 수 있다. 반대로 삼성도 안심할 수 없다"면서 "진짜 치열한 경쟁은 아마도 20경기 정도 남긴 시점에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리그 자체의 성격이 그렇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큰 혼전이 벌어지고 압박감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팀별로 약 120경기 정도 치른 시점이야 말로 '전쟁'같은 대결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기로 따져보면 8월말에서 9월초 정도가 된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가장 피로할 시기다. 사실 이 때의 전력은 시즌 초중반에 비하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부상 선수들도 필연적으로 나오고, 전체적인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도 많이 떨어져 있는 시기다.
그런데 김 감독은 오히려 이런 요소들의 순위 전쟁의 가장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지치고, 아프고했을 때 보여주는 힘이야말로 해당 팀의 진정한 실력이라는 것. 김 감독은 "그 시기에는 진짜 팀의 힘과 실력이 나타난다. 과연 얼마나 두터운 선수층을 갖춰놨는 지가 중요하다. 선수층이 두텁고, 개별적으로 집중력을 강하게 유지하는 팀들이 살아남는다. 우리도 지금은 그때를 대비해 부지런히 (선수들을)만들어놔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이 강조하는 건 바로 '뎁스(depth)'의 중요성이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경쟁 구도의 압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터운 백업 선수층에서 활로를 찾는 수 밖에 없다는 것. 김 감독이 매일같이 어린 야수들과 투수들을 훈련장으로 내모는 진짜 이유였다. 김 감독은 "지금 강경학이나 주현상, 장운호 같은 야수들, 그리고 김민우 김범수, 박한길 등의 어린 투수들이 앞으로 얼마나 커주느냐가 관건이다. 이 아이들이 바로 팀의 미래이자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과연 한화는 본격적인 '순위 대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해답은 김 감독이 언급한 어린 선수들을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