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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군단' 북한, 톡톡 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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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세대교체를 단행 중이다.

이번 동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1990년 이후 출생자다. 팀내 최고참이 28세의 캡틴 한성혁(횃불)이다. 최근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북한은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연승으로 H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전반에만 4골을 넣는 막강 공격력을 과시하며 4대2 승리라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직력과 기동력은 좋지만 로봇축구로 불릴만큼 경직됐던 북한의 팀컬러는 젊은 선수들의 창조성과 자유분방함이 더해져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이러한 모습은 경기장 안에서만이 아니다. 경기장 밖에서도 거침없는 인터뷰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국제 대회에 나서는 북한 선수들은 늘 경직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면 모른척하거나 넘어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의 신세대들은 다르다. 할말은 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은 공식 훈련 후 최소 2명 이상이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도록 했다. 북한의 신세대 선수들은 미디어 담당관의 인솔 아래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당당히 인터뷰에 임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북한 선수들의 키워드는 '복수'다. 북한은 9일(이하 한국시각) 한국과 2015년 동아시안컵 최종전을 치른다. 서경진(21·소백수)는 "일본이나 한국을 상대할 때 (마음가짐이) 같다. 최대한의 정신력을 가지고 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한국을 상대로 꼭 복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서경진이 복수를 다짐한 이유는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간다. 북한은 한국과 결승전에서 만났지만 연장 후반 종료직전 임창우(23·울산)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패배 이유에 대해서도 쿨하게 말했다. 서경진은 "(아시안게임에서는)정신력에서 졌다. 상대팀보다 한 발 더 뛰고 수비할 때는 한 발 더 들어오겠다. 정신력의 우위를 앞세워 우즈베키스탄전처럼 좋은 성과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역시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했던 공격수 김영광(23·횃불)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평양에서의 우즈베키스탄전은 다들 보셨죠? 통쾌한 장면을 다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고 국내 취재진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물론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사상에 대한 얘기가 빠질리가 없다. 김영광은 "우리 원수님께서 알려주신 빨치산 공격 전법을 쓴다면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7월3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통역관은 '북한'이라고 명칭한 국내 기자를 향해 "정확한 명칭을 해달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북한 응원단은 1일 일본과의 여자축구 경기 도중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이 인쇄된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현수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공안에 의해 철거됐다. 축구장에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 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문구 등을 표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