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꼬인 실타래를 푸는 법. '거포 군단' 넥센다웠다.
넥센과 NC의 시즌 7번째 맞대결이 열린 31일 창원 마산 야구장.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평소대로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무조건 이기려 하니 몸에 힘이 들어가고 나오지 않아야 할 실책도 나온다"는 설명이었다. "의욕만 앞서면 경기가 꼬인다. 편하게만 하면 된다"는 주문이었다. 전날까지 6번 격돌해 전패. 선수들은 독이 오를 대로 올랐지만 참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도 생각처럼 경기가 전개가 되지 않았다. 7대4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내 묘한 상황이 잇따라 만들어지며 쫓기는 쪽은 넥센이었다. 1회초 선취점을 뽑고 1-0으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3회 1사 1,2루. 3번 유한준의 타석이었다. 유한준은 상대 선발 이태양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2루수와 1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땅볼 타구를 만들어냈다. 당시 2루 주자는 고종욱, 1루 주자는 임병욱. 넥센 입장에서는 둘 모두 발이 빨라 1득점과 함께 1사 1,3루 찬스를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임병욱이 2루로 뛰어가는 순간 오른 발 뒤꿈치에 공을 맞고 말았다. 피한다고 한 게,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그 자리에서 뛰고 있었다. 그런데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탓일까. 이기종 1루심이 '볼 데드'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2루 주자 고종욱은 홈을 파고 들었고, 임병욱도 3루까지 진루했다.
그러자 NC 1루수 테임즈가 항의를 했다. 김경문 NC 감독도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합의 판정 결과 임병욱은 타구 맞음으로 아웃. 당시 상황은 '볼 데드'가 선언되면서 고종욱이 원래 위치인 2루로 복귀했다. 그리고 애꿎게 타점 1개를 날려 먹은 유한준은 2루수 앞 내야 안타로 출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야구규칙 7.08(f)에는 '주자가 페어 지역에서 내야수(투수 포함)에 닿지 않았거나 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 볼에 닿았을 경우, 이 때 볼 데드가 되고 타자가 주자가 됨에 따라 진루가 허용된 주자외에는 어느 주자도 득점하거나 진루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결국 넥센은 이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5-1이던 7회에는 필승 계투조 한현희가 너무 서두르다가 위기를 자초했다. 한현희는 선두 타자 박민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지석훈은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한 듯 했다. 그러나 빗맞은 타구에 강한 스핀이 걸렸고 공을 향해 쇄도하던 한현희가 볼을 더듬으며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려줬다. 이후 대타 조영훈의 우전 안타로 무사 만루. 한현희는 김태군에게 좌전 안타, 김종호에게는 내야 땅볼을 허용하며 2실점 했다. 그나마 후속 타자를 범타로 막고 이닝을 끝낸 게 천만다행이었다.
찝찝하게 흘러간 경기를 넥센 쪽으로 끌어온 건 역시 홈런이었다. 전날 kt전에 이어 4방의 대포를 폭발했다. 4번 타자 박병호가 포문을 열었다. 1-0으로 앞선 5회초 상대 선발 이태양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볼카운트 1B에서 몸쪽 직구(135㎞)를 퍼 올렸고 4경기 연속 홈런이자 시즌 34호 대포를 터뜨렸다. 올 시즌 마산구장에서 첫 홈런. 2-1로 앞서던 6회에는 스나이더가 투런포(12호), 박동원이 솔로 아치(11호)를 그렸다. 둘 모두 NC 필승 계투조 김진성의 직구를 밀어쳐 의미가 남달랐다. 그리고 넥센은 NC가 5-3으로 추격한 8회에도 윤석민이 최금강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시즌 12호 좌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하며 승기를 잡았다.
넥센 선발 로졸 루키 김택형도 아주 잘 던졌다. NC 강타선을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묶었다. 8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직구 최고 시속은 150㎞가 찍혔고 슬리이더(23개), 체인지업(7개), 커브는 1개 던졌다.
반면 NC는 주중 삼성전 스윕패를 포함해 5연패 나락에 빠졌다. 4번 테임즈가 4타수 2안타로 분전했지만 타선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