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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야구 잘하는 베테랑들' LG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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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무대에서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1번은 실력이다. 나이가 많고 적고, 이름값이 있고 없고, 인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실력이 있고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게 프로의 세계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올시즌 새로운 실험 중이다. 하지만 그 실험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 나왔다.

LG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8대5로 승리, 간신히 스윕패를 면했다. 하마터면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이날 LG의 선발은 에이스 헨리 소사, 상대는 4선발 심수창이었다. 여기에 롯데는 주포 강민호와 황재균을 모두 선발에서 제외했다. 이런 가운데 6회까지 4-4로 팽팽히 맞서며 스윕을 당할 뻔한 위기에 처했다.

이 때 LG를 구한 건 다름 아닌 베테랑 선수들이었다. 경기 승패가 갈린 7회초, 박용택의 결승 2타점 적시타와 이진영의 쐐기 1타점 2루타가 터졌다. 팽팽했던 힘의 대결에서 LG쪽으로 확 승기가 기우는 장면. 더욱 중요한 건 이 중반까지의 힘싸움도 이들이 이끌었다는 점이다. 0-0이던 3회초 루이스 히메네스의 선제 1타점 적시타가 나온 후 이진영의 추가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초반 흐름을 가져왔다. 롯데가 이우민의 동점 스리런포로 따라붙자 시즌 12호 솔로포로 또다시 점수차를 벌려놓은 주인공이 바로 박용택이었다.

박용택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 캡틴 이진영이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이진영은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어 기쁨이 두 배였다. 두 사람 뿐 아니다. 리드오프 정성훈도 2루타 1개에 볼넷 2개로 출루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매 시즌 나오는 얘기다. LG의 해묵은 숙제라고 한다. 베테랑 선수들이 오랜 기간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동안 젊은 선수들이 크지 못해 팀 미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양 감독이 올시즌은 조금 더 독한 마음을 먹고 팀 개편 작업에 나섰다. 누가 봐도 확실히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갔다. 그런데 이 리빌딩 작업도 젊은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을 뛰어 넘을 가능성을 보여줄 때 설득력을 얻는다. LG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기존 베테랑 선수들이 야구를 훨씬 더 잘한다는 점이다. 베테랑 선수들도 '아 저 후배가 야구를 잘하고, 우리를 대체할 능력을 가졌구나'라고 인정한다면 이 리빌딩 과정에서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LG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고참 선수들이 활약하지 않으면 경기를 이기기 힘들다. LG도 아직 시즌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더 많은 승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양 감독이 어떤 방식의 팀 운용을 해나갈지 궁금해진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