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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의 눈물과 태극마크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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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상주)의 별명은 '군데렐라'다.

이정협의 신분인 군인과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신데렐라처럼 갑작스럽게 등장한 그의 모습을 빗대 만든 말이다. 이정협은 축구선수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어엿한 현역군인이다. 그런 그에게 영화 '연평해전'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2015년 동아시안컵이 열리는 중국 우한으로 떠나기 하루 전인 30일, A대표팀 선수들이 특별한 나들이를 했다. 27일부터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모여 있던 선수들은 인근 일산에서 영화관람을 했다. 전날 이랜드와 연습경기를 치른 A대표팀 선수들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함께 영화관에 모였다. 지친 모습이었지만, 오랜만의 영화관람에 들뜬 표정이었다. 아직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J리거 김민우 김민혁(이상 사간도스) 정우영(빗셀 고베)을 제외한 선수단 전원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대표팀 지원스태프 등 총 27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표팀이 관람한 영화는 연평해전. 2002년 6월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에 발생한 해상 전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600만의 관객이 들며 올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 됐다. 대한축구협회가 동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의 사기와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초 영화관람에 난색을 표했다. 자막이 없어 영화를 봐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취지를 듣고 흔쾌히 함께 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모처럼 극장나들이에 즐거워했다. 김신욱(울산)은 "언제 극장에 왔는지 기억도 안난다"고 했다. 선수들끼리 '연평해전 본 사람 있냐' 고 하자 이종호(전남)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이내 선수들이 "종호, 여자친구 있나보다"고 놀렸다. 이종호의 표정은 당혹 그 자체였다. 상영시간이 임박하자 선수들이 분주해졌다. 음료수, 팝콘, 오징어 등을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용히 팝콘을 사들고 들어온 홍 철(수원)이 봉변을 당했다. 성남 시절 홍 철을 지도해 친분이 두터운 신태용 수석코치가 "홍 철, 이리 와"하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팝콘을 달라는 얘기였다. 홍 철은 울며 겨자먹기로 팝콘을 건낼 수 밖에 없었다. 또 다시 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끌벅쩍 했던 분위기는 영화 시작과 함께 조용해졌다. 선수들은 표정이 진지해졌다. 군생활을 하고 있는 이정협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같은 군인 신분으로 감정이 몰입된 이정협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결국 인터뷰를 마치지 못했다. 감동을 받은 것은 이정협 뿐만이 아니었다. 연평해전을 감상한 대표선수들은 태극마크에 대한 무게를 더 실감했다. 김신욱은 "애국심이 더 커진 것 같다. 특히 남북전이 더 특별할 것 같다"고 했다.

일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