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표급 중 K리그에 오고 싶어 하는 선수도 많다."
짧은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세르비아로 출국에 앞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옛 추억을 떠올리자 사람좋은 미소를 보이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한국의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 유럽 유망주들의 K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는 진지함으로 청사진을 펼쳤다. 부산과 수원에서 6시즌 동안 활약한 뒤 에이전트로 변신해 일리안 미찬스키를 수원에 입단시킨 '추억의 외국인 선수' 우르모브를 스포츠조선이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일리안, K리그 진출 배경은
1년에 2~3회씩 한국을 찾는 우르모브의 이번 방한 목적은 일리안의 수원 이적이었다. 앞서 신지훈 하우스포츠 대표이사와 함께 2008년 김두현(성남)을 웨스트브롬위치로 이적시킨 그는 이번에도 신 대표와 함께 일리안의 수원 이적을 추진했다. 폴란드 2부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칼스루헤에서 활약한 일리안은 현역 불가리아 대표팀의 공격수다. 2016년 유로 예선에서도 불가리아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그의 수원 입단은 K리그 팬들에게도 화제였다. K리그 진출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우르모브가 이적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일리안은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50~60명의 선수를 보유한 유럽 대형 에이전시의 선수다. 이 에이전시가 아시아권에 처음으로 선수를 이적시키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첫 진출인만큼 검증된 선수를 보내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일리안을 추천했다. 일리안은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터키의 한 팀, 수원을 놓고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득에 돌입했다. 한국 생활의 안정성, 빅버드(수원 홈구장의 애칭), 수원 서포터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시아 최고 리그는 K리그다'라고 했더니 일리안이 수원 서포터스의 응원 사진을 보고 바로 수원행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일리안은 26일 열린 전북전을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일리안에게 3만명이 넘는 관중, 전북 수원 서포터스의 뜨거운 응원 열기가 인상적이었단다. 우르모브는 "일리안이 '독일 분데스리가와 분위기가 비슷했다'면서 엄지를 세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유럽 선수 이적을 말하다
우르모브는 일리안의 이적을 시작으로 유럽 대표급 선수들의 K리그행과 한국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김두현의 웨스트브롬위치 진출을 예로 들었다. "김두현이 웨스트브롬위치에 입단할 당시 감독이던 토니 모브레이와 친분이 있다. 당시 모브레이 감독이 한국 선수를 찾고 있었고 김두현의 활약을 보고 아주 만족스러워했다"면서 "지금도 동유럽권 출신의 유럽 클럽팀 감독들이 나에게 한국 선수를 추천해달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반대로 유럽 대표급 선수들 중에서도 K리그에서 뛰고 싶은 선수들의 문의가 많이 온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들을 살펴보기 위해 우르모브는 세르비아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K리그 대부분의 경기를 시청한다. 우르모브와 함께 인터뷰에 나선 신 대표는 "우르모브가 K리그에서 선수로 뛸 때부터 선수 보는 눈이 탁월했다"고 귀띔했다. 우르모브는 최근 두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 "한 선수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기술에 재능을 갖췄다. 1~2년 후에 유럽에 진출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또 한 선수는 나이가 많지만 당장 유럽에서 뛰어도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전자는 '수원의 미래' 권창훈, 후자는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었다.
우르모브는 유럽 대표급 선수들의 K리그 진출 가능성도 높게 봤다. 그는 "1990년대에 K리그에는 라데, 마니치, 샤샤 등 동유럽권 선수들이 대성공을 거뒀다. K리그 팀들이 2000년대 이후부터 브라질의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데 돈을 많이 쓰지 않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검증된 브라질 출신 선수를 찾기 힘들다. 다시 K리그의 외국인 선수 패러다임이 바뀔 시기다. K리그는 팀에서 연계 플레이를 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가 활약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개인기를 앞세운 브라질 선수보다 유럽 선수들이 K리그에 더 맞다"면서 "유럽 청소년 대표 출신들이 브라질 선수보다 몸값도 싸고, 능력도 좋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한 세르비아의 대표팀 선수들 중 K리그에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우르모브의 한국&수원 사랑
세르비아에 거주하는 우르모브가 한국과 유럽 선수의 이적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한국 사랑' 때문이다. 그는 축구인생 전성기를 K리그에서 보냈다. 1999년에 부산에 입단해 2011년 도움왕에 올랐던 그는 6시즌동안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오가며 134경기 출전, 19골-20도움을 올렸다. 특히 2004년 수원과 바르셀로나와 친선경기에서는 왼발 대포알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넣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우르모브는 "K리그에서 뛸 때부터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두 아들도 모두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 이번에도 세르비아로 돌아가면서 두 아들이 좋아하는 한국 라면을 많이 사간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나는 수원 서포터스를 평생 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한다"면서 "한 때 7년간 한국에 살았지만 지금은 이방인이다. 앞으로 한국에 좋은 선수를 많이 이적시키면서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게 내 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