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제2의 장윤정'만을 찾았다. 맥이 빠진 트로트 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장윤정 같은 신인이 나와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처럼 그런 신인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대형 트로트 신인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그것도 장윤정을 뛰어넘을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트로트계가 술렁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 초 대학을 졸업한 연분홍(본명 곽지은). 경북대 국악학과에서 해금을 전공한 연분홍은 우연한 기회에 트로트 가수로 진로를 선택하게 됐다. "원래는 발라드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해금 공연을 다니다보니 관객들이 약간 지루해 하더라. 관객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이라 트로트를 불러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시더라. 더불어 무대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나도 흥이 생기는 것이 느껴지더라. 그때부터 내가 트로트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가도 연분홍이 갑자기 트로트에 눈을 뜬 것은 아니다. 연분홍의 부모님은 대구 지역에서 알아주는 국악 연주자(아버지 태평소, 어머니 해금)로 어릴때부터 트로트를 자주 들어왔다. 여기에 해금이라는 악기가 워낙 꺾는 연주가 많다보니 트로트 창법에서 가장 중요한 꺾기를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몸에서 표출이 됐다.
연분홍의 재능을 알아본 주인공은 '서울대전대구부산'(김혜연) '어부바'(장윤정) '빠라빠빠'(박현빈) '빠이빠이야'(소명) 등 트로트계에서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정의송이다. 연분홍이란 이름도 정의송이 직접 지어줬을 정도로 애착이 대단하다. 연분홍은 "정의송 작곡가님이 저의 이름을 고민했을때 마침 집에서 키우던 난이 4년 만에 꽃을 피웠단다. 그런데 그 꽃의 색이 연분홍이었고 바로 내 이름으로 결정했다고 한다"며 "만약에 꽃이 빨간색이었으면 '새빨간'으로 활동할 뻔 했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정의송 작곡가는 내 목소리가 맑고 깨끗하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바이브레이션이 트로트를 부르기에 아주 제격이라고 칭찬했다"고 덧붙였다.
노래 실력과 외모가 빼어나다고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수라면 당연히 노래가 좋아 히트를 해야 한다. 연분홍의 데뷔 타이틀곡은 제목부터 도발적인 '못생기게 만들어주세요'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결합된 퓨전 트로트곡으로 가사는 성형 미인에 대한 사회상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한번만 들어도 귀에 쏙쏙 박히는 쉬운 멜로디 라인과 후렴구의 코러스가 매력적이다. 여기에 안무 역시 단순 율동이 아닌 아이돌스러운 동작들이 들어가 있어, 보는 재미 역시 예사롭지 않다.
연분홍은 "이 노래의 포인트는 얄밉게 부르는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실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더 얄밉게 부를까를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분홍의 자신감은 데뷔 앨범을 살펴보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신인이 많아야 4~5곡 정도를 실어 미니앨범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연분홍은 신곡 6곡에 리메이크 6곡 등 총 12곡을 담아 정규 앨범으로 출시한다. 신곡들은 다양한 트로트 장르를 수록했다. 정통 트로트곡인 '사랑 도둑'을 비롯해 발라드 트로트인 '처음처럼'에서는 인트로 부분에서 직접 해금을 연주하기도 했다.
사실 트로트 가수는 신곡보다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리메이크에서 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연분홍은 이번에 김용임의 '내사랑 그대여', 길정화의 '당신의 여자', 금잔디의 '신 사랑고개'를 리메이크 했다. 또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와 '신사동 그사람'의 편곡을 새롭게 해 연분홍만의 색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최대한 나만의 느낌으로 부르려 했는데 막상 녹음하고 나니 주현미 선배님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 내 색을 찾기 위해 더 연습하고 있다. 하하."
사실 연분홍의 나이 23세면 요즘 한창 활동중인 걸그룹 멤버들과 또래다. 예쁘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트렌디한 메이크업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그들을 보면 내심 부럽지 않을까. 연분홍은 "트로트는 평생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지금은 그들보다 덜 화려할 수 있지만 나는 좋아하는 트로트를 오래 부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로트가 지금보다는 더 많이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게 내가 집중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트로트에는 인생이 녹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만큼 삶의 경험이 풍부해야 노래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어린 연분홍에게는 약점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연하다. 가사에 집중해 부르려고 노력하지만 100% 이해는 못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세월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그저 내 나이에 맞게 부르려고 노력한다."
끝으로 연분홍에게 누구를 닮고 싶으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신인 트로트 가수들이 장윤정을 꼽는 것과 달리 연분홍은 "심수봉, 주현미, 이미자 선배님을 바라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분들의 뒤를 잇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연분홍은 오는 8월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린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