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김재원과 이연희의 날선 대립이 차승원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지난 27일 방송된 MBC 월화극 '화정' 31회에서는 자신에게 충언하는 정명공주(이연희)를 고깝게 여기는 인조(김재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인조가 백성들의 정명에 대한 두터운 신망을 확인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날 인조는 광해군(차승원)과 정명공주가 자신을 비난하는 꿈을 꾸며 내적인 불안감을 드러냈다. 꿈에서 광해군은 인조에게 "조선을 가장 큰 어둠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예언했고, 정명 역시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이 나라 왕은 나란 말이다"라고 외치며 깨어난 인조는 식은땀을 흘리며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인조는 정명공주의 행동과 언변에 거슬러하며 갈등을 빚었다. 인조가 백성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도 정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심기를 거슬렀다. 대신들은 백성들로 하여금 듣기 좋은 말만 올리도록 사전에 지시해뒀으나, 정명에 대한 은혜를 칭송하는 백성들의 말이 끝내 인조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
한 백성은 "궁방전(정명공주 소유의 땅)에서 경작하면 세금을 받지 않겠다고 않더라"고 하더라"라고 말을 꺼냈고, 다른 이들도 "공주 마마의 땅에서 경작하는 자들은 밀린 세금을 탕감해주겠다고 하더라. 공주 마마께서 베푼 은혜를 나라에서도 베풀어주면 안 되겠느냐. 그리하면 소인들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읍소했다.
이를 들은 다른 백성들도 "과중한 세를 부담하지 못해 처자식이 굶어죽어가고 있다. 다른 땅에서도 공주마마와 같은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했다. 백성들의 공주에 대한 신망만 확인한 인조는 기분이 상한 채 급히 환궁했고, "정명 또 너더냐. 네가 왕인 나를 욕보이려 드는 것이냐"고 혼잣말하며 이를 갈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명공주의 충언도 귀에 들어올리 없었다. 정명은 인조에게 "백성의 삶을 먼저 살피는 군주가 되어달라" 당부했지만, 인조는 "그래 공주 네가 어명을 내리든가. 내가 너보다 백성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 같거든. 네가 한번 해보란 말이다"라며 발끈했다.
인조는 "편전 회의도 참석하고 교지도 작성하고, 이 어좌도 네가 가지면 되겠구나"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정명공주가 자리를 뜬 뒤에도 인조는 "건방진 계집. 끝내 날 왕으로 인정 못하겠다?"라며 정명을 향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특히 김재원은 걷잡을 수 없는 광기로 안방극장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연기를 보여줬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초조한듯한 입술, 비야냥에서 자기연민으로 이어지는 불안한 심리상태, 분노와 울분을 한꺼번에 드러낸 5분의 '광기 연기'는 단연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처럼 31회에서는 백성을 위하는 정명공주의 행보에 사사건건 부딪히는 인조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본격적인 대립을 예고했다. '화정'은 그간 극을 이끌어온 중심인물 광해가 떠난 빈자리를 어찌 메울 것인가 시선이 모아졌으나, 인조와 정명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충분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차승원의 빈자리 때문일까. 시청률은 소폭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화정' 31회는 10.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 지난 21일 방송된 30회(11.4%)보다 1.1% 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동시간대 1위 왕좌는 굳건히 지켜내, 뒷심을 기대할 만한 여지를 남겼다.
또한 '인조반정'이라는 극의 최대 전환점을 지난 30회 이후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 '화정'의 판이 새로 짜여지고 있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반정의 주역 김자점(조민기), 조여정(김민서), 김류(박준규), 이귀(장광)에 이어 최명길(임호), 김상헌(강신일) 등의 충신 라인이 새롭게 합류해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소현세자와 강빈 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극에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31회에서는 비록 시청률 하락이 있었지만, 인조와 정명의 갈등이 증폭되며 광해의 빈자리를 대신해 극을 이끌 새 중심축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인물들의 활약이 광해의 빈자리를 메우고 '화정'의 남은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펼쳐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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