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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과 일본야구 3대 장인들 [무로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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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어떤 감독입니까?"

일본 사람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일본의 유명한 감독 3명을 예로 들고 소개한다.

데이터를 중요시하고 어린 시절의 고생을 극복하고 반항심을 갖고 있는 점에서는 노무라 가쓰야씨(80)를 보는 듯하다. 통솔력이 뛰어나고 후배들을 잘 보살피는 면은 호시노 센이치씨(68)와 닮았다고 설명한다. 많은 훈련량으로 소박한 개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점에선 코미디언인 하기모토 긴이치씨(74)를 연상케한다.

하기모토씨는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아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그는 1970~1980년대에 맹활약한 코미디언 겸 연출가다. 80년대 초반에는 주간 시청률 30%가 넘는 TV프로그램 3개에 출연해 '시청률 100%의 남자'로 불렸다. 그는 가수나 배우 등 원래 코미디언이 아닌 사람의 능력을 찾고 많은 훈련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주는 것으로 스타를 만들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엄격한 인물상을 연상시키지만 일본 사람들은 그를 친밀감을 담아 '킨짱'으로 부른다. 킨짱은 김성근 감독보다 한 살 연상인 74세지만 올해 고마자와 대학의 입학시험에 합격해 오랜 꿈이었던 대학생이 됐다. 언제까지나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인물이다.

하기모토씨는 2005~2010년까지 야구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바라기 골든골즈라는 아마추어 야구팀의 구단주를 맡기도 했다. '킨짱 구단'이라는 애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 팀에서 하기모토씨는 감독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3명의 감독'에 하기모토씨도 포함해 김성근 감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필자는 대전에서 열린 한화-삼성전에 서울에 거주하는 일본인 주재원들 45명을 인솔해 관전했다. 그날 경기를 본 일본 사람들이 제일 인상 깊게 느꼈던 장면은 한화가 2-0으로 앞선 5회초, 2사 2루에서 그때까지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중이던 신인투수 김민우(20)가 강판된 장면이었다.

한국야구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그 투수 교체를 보고 "승리투수 요건이 있는데 왜 바꾸는가" "노히트노런하고 있잖아요" 등으로 의아함을 표시했다. 그래서 필자는 앞에 말한 '김성근 감독과 공통점이 있는 3명의 일본인 감독'을 설명했다. 그것을 들은 40대 남성은 "혹시나 노무라 감독이라면 뭔가 이유가 있어 그런 상황에서 투수 교체를 할 수 도 있겠다"라고 했다. 또다른 30대 남성은 "호시노 감독처럼 선수를 통솔하고 있다면 감독이 그런 판단을 해도 팀 내에서 반발이 안 나올 것 같다"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날 경기는 2대1로 한화가 승리했다. 득점이 많이 나온 경기는 아니었지만 경기시간은 4시간을 넘어 경기종료 때는 오후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늦은 시간에 그라운드에 5회 1,3루의 찬스 때 대타로 나와 삼진을 당한 정범모 등 몇 명의 선수가 타격훈련을 시작했다. 그 모습은 본 50대 남성은 "지금부터 연습을 시키는가? 진짜 킨짱 같네"라며 웃었다.

한 사람을 남과 비유해 분류하는 것이 완벽한 설명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야구장을 찾아 온 일본인들은 노무라씨와 호시노씨, 하기모토씨를 볼 때 마다 김성근 감독을 생각하지 않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