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막 온라인게임을 시작했을 무렵인 2000년은 온갖 캐주얼 게임이 난립하던 때입니다. 오락실에서 자주 보던 형태의 게임은 물론, "이런 것도 온라인으로 한다고?"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해괴한 캐주얼 게임도 있었죠.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테일즈런너'도 조금 독특한 게임 중 하나였지 않나 싶습니다. 레이싱은 레이싱인데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달리니까요. 단순히 커브나 드리프트가 전부였던 레이싱에 '점프 타이밍'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도 독특한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캐주얼 게임이 그렇듯, 금세 질리고 다른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테일즈런너 같은 건 "어릴 때 그런 게임도 있었지."할 정도로 옛날 게임이 됐죠. 솔직히 서비스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만, 의외의 계기로 다시 접하게 됐습니다.
바로 메이플스토리2 때문입니다. 메이플스토리2의 정식 서비스 날짜인 7월 7일, "테일즈런너는 메이플스토리2를 피하지 않습니다."라면서 7일 특별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가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지만, 결과는 상당했습니다. 7일 최고 동시접속자수 5만 명을, 18일에는 7만 명을 돌파했기 때문이죠.
서비스 10년을 이어온 것은 물론 적지 않은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는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테일즈런너의 옛날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글/이부영
테일즈런너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테일즈런너는 대한민국의 게임 제작사 라온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2005년 7월 29일 나우콤(현 아프리카TV)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캐주얼 레이싱 게임입니다. 현재는 스마일게이트와 넥슨, 다음, 네이버, 투니랜드, 플레이넷 그리고 카툰 네트워크에서 채널링 서비스 중입니다.
게임 출시 당시 카툰 렌더링을 통해서 표현한 캐릭터와 동화나라라는 콘셉트를 다양한 맵으로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게임 출시 1년만에 동시 접속자 4만 5천 명을 이뤄내어 흥행에 성공한 캐주얼 게임 중 하나였죠. TV에서 광고도 종종 볼 수 있었고, 당시 10대 사이에서의 인지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필자가 초등학생 땐 반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일즈런너의 인지도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 갔습니다. 포털 사이트 게임 검색어 순위의 10위권 내외에 있음에도 게임 자체의 운영 여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필자도 최근까지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으로 알고 있었죠. 더군다나 운영도 점점 유저를 위한 업데이트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신규 유저가 유입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버렸다는 평가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과거 이야기: 부분 유료? 정액제? 과도한 사행성 콘텐츠
다른 게임에 장비 아이템이 있듯이 테일즈런너에도 캐릭터의 외형을 바꿔주고 능력을 올려주는 연금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 연금 아이템은 게임 플레이에서 보상으로 얻는 카드들을 조합하거나 현금을 이용한 뽑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만, 한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연금 아이템에는 내구도 시스템이 붙어 있는데, 이 내구도를 매달 캐시아이템으로 회복시키지 않으면 장비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연금 아이템은 제한되어있고, 뽑기로 얻는 연금 아이템의 성능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헤비 과금유저와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유저간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유저간의 개인 거래도 불가능해 결국 뽑기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과금을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테일즈런너의 펫 시스템도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갔었습니다. 상점에서 파는 펫과 뽑기로 얻는 펫의 성능은 큰 폭의 차이를 보이며, 펫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달 캐시아이템을 이용해서 펫의 배고픔을 회복시켜주어야 했습니다. 혹여 실수로 펫의 배고픔 수치가 0%가 되어버리면 더 비싼 캐시아이템을 구입시켜 되살려야 했습니다.
펫을 얻는 방식도 다른 게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저들을 죄여왔습니다. 문방구 앞에 있는 뽑기 기계를 아시나요? 여러 가지 캡슐이 들어있고 그 속에 소량의 당첨만을 넣어두죠. 테일즈런너는 저러한 방식을 이용하여 1,000개의 캡슐 중 단 한 개의 최고급 펫과 20개의 레어 펫을 넣어두고 과금 유저들에게 뽑기를 돌리게 합니다. 뽑기의 가격은 한번에 4,900원에서 7,900원 사이로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확률은 상당히 낮습니다만, 최고급 펫을 누가 먼저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과금 유저들은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물론 이 연금 아이템과 펫이 강제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캐주얼 게임에서 캐릭터를 꾸미는 기능과 남들과 경쟁하는 레이싱 게임의 즐거움을 제외하면, 게임의 매력이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캐주얼 게임의 장점 위에 세워진 정액제라는 이름의 진입 장벽은 너무나도 높았습니다. 결국 2014년 11월 28일, 지속적인 매출의 감소와 동접자 수의 감소로 나우콤(아프리카 TV)은 테일즈런너의 판권을 스마일게이트로 판매합니다.
현재 이야기: 10년 만에 정액제라는 탈을 벗어 던지다.
2015년 여름, 판권이 스마일 게이트로 이전되면서 테일즈런너는 한 가지 큰 결단을 내립니다.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던 내구도 회복 아이템과 펫 부활 아이템을 누구나 살 수 있는 낮은 가격의 TR(테일즈런너의 게임 머니)로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를 시작하여 정액제라는 탈을 벗어낸 것입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연금/펫 아이템을 보유한 기존 유저들로부터 들어오던 매출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기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선택이었죠.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무료화 업데이트 이후의 테일즈런너는 포털 사이트의 게임 검색 순위 9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동시에 복귀유저와 기존유저를 위한 보상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많은 유저가 게임에 복귀한 것을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야기: 주요 고객, 분석, 운영, 성공적
스마일게이트로 판권이 넘어가면서 테일즈런너는 한 가지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주요 고객층을 확실히 굳히고 분석하여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죠.
테일즈런너의 주요 고객은 젊은 여성층, 특히 10대 초중반에 집중 되어 있으며, 게임 내부에서 보이는 정보로도 여성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러한 점을 분석하고 활용하여 남자 아이돌 그룹 블락비를 모델로 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아이돌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비해서 매출은 1.6배 상승하였으며, 최근에는 동시 접속자 수도 많은 회복을 보여 7월 18일에는 동접자 7만을 도전하는 이벤트도 진행했죠.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과도한 아이돌 집착, 게임 콘텐츠 발전은 있는가?
운영이 회사의 이익이 중심이 아닌 유저입장에서의 업데이트와 이벤트로 변해가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확실히 마케팅적인 면에서는 급부상하고 있는 게임이죠. 하지만 동시에 이 인기가 과연 테일즈런너의 힘으로 얻어낸 인기인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필자가 근 10년 만에 플레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콘텐츠에서 큰 변화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으며, 이벤트로 열리는 게임 콘텐츠마저도 매년 같은 레퍼토리의 반복임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2015년 초반부터 테일즈런너는 아이돌을 중심의 이벤트성 콘텐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레이싱 게임으로서의 콘텐츠의 추가적인 개발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인기가 테일즈런너 자체의 인기가 아닌 아이돌의 인기로 생긴 거품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그 때로부터 10년, 다시 시작되는 달리기
오래간만에 해본 테일즈런너는 게임 자체의 매력을 다시 강조할 신규 게임 콘텐츠 개발은 미흡한 모습을 보였으나, 게임 운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었습니다. 또한, 다가오는 8월에 이루어질 레이드 업데이트 등으로 게임 콘텐츠 개발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일 예정이니 앞으로의 운영을 기대해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