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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박해민 삼성 테이블세터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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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타선의 강점은 타순이 별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전이 확실하고 믿은만큼 활약을 펼쳐주기 때문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웬만큼 부진하지 않고서는 주전을 빼거나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올해 삼성은 라인업이 자주 바뀐 편이다. 부상으로 선수들의 이동이 심한 것이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는 1번 타자의 부재였다.

지난해 중심타자같은 1번 타자로 맹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타자 나바로가 올시즌 타율과 출루율이 떨어지면서 1번에서 제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한이 김상수 박해민 등이 1번으로 나섰지만 이상하게도 1번에만 서면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다.

지난 4일 대구 LG 트윈스전서 1번으로 뛰던 박한이가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류 감독은 다시 고민에 빠졌고 5일 LG전부터 2번으로 나서던 구자욱을 1번으로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번엔 박해민을 기용했다.

둘이 1,2번에 배치되면서 삼성 타선은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발빠른 타자 2명이 앞선에 배치되니 공격이 더욱 단단해진 느낌이다. 일단 구자욱이 1번에서 더욱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1번으로 나선 5일 LG전부터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까지 13경기서 모두 안타를 쳤다. 55타수 25안타로 타율이 무려 4할5푼5리다. 멀티히트 경기도 절반이 넘는 7경기나 됐다. 17득점으로 경기마다 한번 이상 홈을 밟았다. 그만큼 중심타선에 찬스를 많이 만들어준 것이다.

박해민도 2번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구자욱과 호흡을 맞춘 5일부터 타율은 2할8푼1리로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할 때 희생번트로 선행주자를 진루시키면서 득점 기회를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13경기서 삼성이 기록한 희생번트가 6개인데 박해민이 한 것이 4개나 됐다.

둘의 진가가 발휘된 경기가 바로 26일 한화전. 3-0으로 앞서다가 김경언-이성열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3-2로 쫓긴 8회초 둘의 활약에 빅이닝이 만들어졌다. 구자욱이 한화 구원투수 권 혁으로부터 행운의 좌중간 안타로 출루하자 박해민은 절묘한 번트로 안타를 만들어냈다. 초구에 기습번트를 댔는데 코스가 기가막혔다. 투수 옆으로 빠르게 굴러가는바람에 앞쪽으로 뛰어나오던 권 혁이 바로 잡을 수 없었던 것. 코스 자체가 1루수가 뛰어나오기 힘들었고, 2루수는 1루 커버를 위해 1루로 뛰어오고 있어 투수가 아니면 잡을 수 없는 공이었고 결국 내야안타가 되며 무사 1,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3번 나바로의 좌익수 플라이 때 발빠른 주자의 위력이 나타났다. 한화 좌익수 이성열이 잡자마자 2명이 주자가 모두 뛰었다. 좌익수 플라이에 주자가 태그업을 하는 것은 드문 일. 기습적인 둘의 태그업에 방심한 한화 수비는 베이스를 내줘야 했다. 이어진 최형우의 안타 때 2명이 모두 들어와 2득점. 5-2가 되며 한화의 추격에서 벗어났다.

구자욱과 박해민이 앞에서 자리를 잡자 3번 나바로-4번 최형우-5번 채태인-6번 이승엽-7번 박석민-8번 이지영(이흥련)-9번 김상수 등 타순이 안정됐다. 삼성은 최근 4경기 연속 이 타순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구자욱-박해민 조합의 테이블세터가 계속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베테랑 박한이가 복귀하게 되면 외야 2자리를 놓고 3명이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박한이가 돌아온 뒤 해야할 행복한 걱정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