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는 2015 KBO리그의 새로운 트렌드다.
사실 이전까지는 팀간의 선수 교환을 의미하는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전반기에만 5건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이 중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4대5 트레이드'도 있었다. 그리고 후반기가 시작된 직후에도 또 한 건의 트레이드가 나왔다. 지난 23일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가 3대3 트레이드로 올해 6번째 트레이드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빈번한 트레이드는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KBO리그가 더욱 활성화되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자원을 활발히 나눠써야 한다. 그런데 이게 이뤄지려면 어느 정도는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무조건 이득만 보려해서는 트레이드가 성사될 수 없다. 때문에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식의 접근이 요구된다. 당장은 손해같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이득이 산출될 수 있다면 과감히 트레이드에 나서는 게 현명하다.
그런 점에서 한화 이글스의 현재 움직임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올해 트레이드 마감은 이달 말인 31일까지다. 26일을 포함해 6일 남았다. 이제는 카드를 아낄 시기가 아니라 과감히 내려 놔야 하는 타이밍이다. 더구나 한화는 올해 기적같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이다. 지난 3년간 최하위로 쳐져 있었지만, 올해는 당당히 5위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입장이 됐다.
이런 시기라면 남은 시즌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게 옳다. 후반기 돌입과 함께 당장 쓰지 않는 전력을 털어내고, 이걸 활용해 팀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새 자원을 수혈하는 게 현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화에서 그런 움직임은 없다. 한화 김성근 감독 역시도 "트레이드를 생각하고 우리 선수 리스트를 쭉 봤는데, 마땅히 내밀 카드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김 감독 말대로 한화에는 '트레이드용 카드'가 없을까. 엄밀히 말해 그렇지는 않다. 당장에라도 다른 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선수가 꽤 있다. 문제는 이 선수들의 가능성에 한화 역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 그래서 선뜻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당장 1군 무대에서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이래저래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구체적으로는 한화에는 남는 야수가 적지 않다. 그것도 풍부한 경험과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내야수 한상훈과 송광민, 그리고 외야수 김태완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들이지만, 리그 초반 부상 등의 이유로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들 외에 투수 자원도 있지만, 지금 한화는 트레이드를 통해 야수보다는 '투수'를 얻어와야 하는 입장이라 트레이드 시장에서 활용폭이 좁다.
이러한 선수들은 당장에는 부진하다. 부상 등의 외부요인 영향이다. 그러나 향후 분명히 각자의 이름값을 할 만한 재원들인 건 확실하다. 게다가 아직 송광민과 김태완은 병역을 해결한 30대 초반 선수들이다. 김태완은 '빠른 84년생'으로 만 31세, 송광민은 만 32세다. 커리어의 부활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기다.
하지만 당장 한화에서는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더구나 김태완과 송광민은 시즌 초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1군 주전력에서 빠졌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부상을 대부분 완치해 실전 투입이 가능한 상황. 특히 송광민은 한때 수술까지 거론됐던 팔꿈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다. 타격 과정에서 생긴 어깨 미세통증만 남아있는데, 이또한 해결 가능한 정도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한화는 당장 아쉬워보일지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설 시점이다. "트레이드용 선수가 없다"는 건 다른 말로는 "내주기 아까운 선수만 있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아쉬울 지라도 패를 꺼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이득을 볼 가능성이 생긴다.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