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동맹 말고 넥한스 동맹도 있다?'
유례없이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는 올 시즌. 따지고 보면 순위 자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삼성은 올해도 50승을 선점했다. 두산과 NC는 몇 달째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또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인 LG와 롯데, KIA는 '엘롯기 동맹'이란 이름으로 다시 뭉쳐 하위권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3팀은 2001년부터 8년 연속 번갈아 꼴찌를 했던 사이다. 22일 현재 막내 kt와 더불어 5할 승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구단이 '엘롯기'다.
중위권으로 눈을 돌려 보면 넥센, 한화, SK의 순위 그래프 변동이 거의 없다. 넥센은 지난 6월6일 홈에서 두산을 꺾고 3위까지 치고 나간 이래 다음날부터 줄곧 4위를 지키고 있다. 47일째 '업 앤 다운'이 없는 잔잔한 상황이다. 더욱이 염경엽 넥센 감독은 내심 전반기를 +10으로 마쳐 후반기 반등을 노렸지만, 46승1무39패, +7로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하면서 당장 3위 NC를 따라잡기는 불가능 해 보인다. 22일 현재 NC와의 승차는 2.5게임이다. 흔히 이 정도의 승차를 줄이는 데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팀 사정도 급 상승세를 타기엔 여의치 않다. 전반기 불펜에서 셋업맨 노릇을 훌륭히 했던 조상우가 지난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기 때문이다. 조상우는 이 달 들어 체력 문제를 호소하며 구위가 뚝 떨어졌다. 장기인 제구가 흔들리며 난타 낭하는 경기가 부쩍 늘었다. 결국 코칭스태프는 화성에서 "투구 밸런스를 되찾아 오라"는 특명을 내렸다. 동시에 올 시즌 선발로 변신해 8승(4패)을 기록한 한현희를 불펜으로 돌리는 강수를 뒀다. 때문에 염 감독은 당분간 치고 나가기 보다 '버티기'에 주력하며 4위 '지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넥센을 잡고자 하는 팀이 한화다. 전반기에만 구단 창단 이후 가장 많은 16번의 홈경기 매진을 달성했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9차례의 원정 매진을 기록한 최고의 인기 구단이다. 그런데 6월5일부터 좀처럼 5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될 듯 될 듯 되지 않는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한 차례도 없는 4연승이 결정적인 이유인 듯 하다. 전반기에 7차례나 3연승을 기록한 독수리 부대는 다음 경기에서 모조리 패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진이 아쉽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공교롭게 한화는 넥센이 진 날 함께 패하기도 했다. 지난주부터 최근 5경기 성적만 봐도 그렇다. 넥센은 14~16일 포항에서 삼성을, 21~22일 잠실에서 LG를 상대해 승-패-패-승-패를 기록했다. 한화 역시 14~16일 청주에서 롯데와, 21~22일 수원에서 kt와 붙었는데 승-패-패-승-패의 흐름을 탔다. 두 팀의 승차가 좁혀지지도 벌어지지도 않은 상황. 한화 팬들은 넥센과의 '기묘한 동행'이 아쉽기만 한 요즘이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된 SK는 6,7위를 오가기를 반복하다 지난 2일부터 6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최정이 정상 컨디션을 되찾고 새 외국인 투수 세든이 가세하며 투타 밸런스가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5위 싸움에서 결국 한화보다 SK가 유리하지 않겠나"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화에는 부상선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희 SK 감독도 "(최)정이가 전반기 막판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후반기에도 팀에 힘이 되고 있고 (최)정이가 잘해주니 전반적으로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면서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고 방망이가 좋아졌다. 앞으로도 잘해 순위를 끌어 올리겠다"는 각오를 보였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