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SH공사 아파트의 부실시공 개선 노력에 대한 최근 평가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입주를 마친 SH공사 아파트 6개 지구 27개 단지 총 2만518가구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감사를 진행, 31건의 행정조치를 내렸다. 재정상 조치는 3건으로 총 103억9900만원이 환수 조치됐고 징계 등 신분상 조치는 53건이 내려졌다. 중징계도 2건 포함됐다.
SH공사의 감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부실시공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잦은 민원에도 SH공사가 미온적으로 대처해 시정되지 않고 있어 박원순 시장이 문제점을 파악하라는 뜻을 전달해 감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부실자재 활용해 54억원 '꿀꺽'
SH공사 아파트는 그동안 부실시공 의혹에 휩싸여왔다. 누수를 비롯해 부적절한 설계 변경 등에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비슷한 문제가 항상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 일각에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실공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서울시의 감사결과, SH공사는 입주민의 민원이 주로 제기된 단지를 중심으로 부실자재를 사용하고 임의로 설계를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SH공사는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임대 및 분양아파트 2만1103가구 건설공사를 진행하면서 외부 공용공간 몰딩을 '세라믹급' 이상으로 쓰기로 했다.
그러나 SH공사 건축팀장 등 총 18명은 일부 지구를 제외하고 화강석·세라믹몰딩 대신 EPS몰딩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EPS몰딩은 폴리스티렌 수지로 만들어져 가격이 화강석·세라믹몰딩의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사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설계변경을 통해 54억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올렸고, 관리비용은 입주민들에게 전가됐다.
또 절수형양변기 2만5949개 부품을 비KS제품으로 설치했다. KS제품과의 가격차는 4000원가량으로, 대략 1억380만원 가량의 차액이 발생한다. 음식물쓰레기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 싱크대 하부에 설치하는 '탈수기'에도 기준미달 자재가 사용됐다. 탈수기가 설치된 4005가구의 배수트랩을 확인한 결과, 92%가 시공 깊이에 미달된 채 설치돼 싱크대 악취와 배수소음 민원이 발생했다. 기준 미달 자재가 사용된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차액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벽면의 타일공사 과정에서도 부실시공이 적발됐다. 당초 승인된 시공계획서에는 '접착붙임'공법을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떠붙임공법'으로 시공된 곳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이밖에도 견본주택 주방가구 견본에는 유명기업 제품을 설치한 뒤 실제 시공 때는 중소기업이 만든 싱크대를 설치한 곳도 있었던 것과 SH공사의 복도형 아파트 방호벽 난간 설계변경, 승강기 소음 등 하자보수 조치 소홀, 공사비 과다 지급, 아파트 출입구 전실높이 기준미달 등의 부실을 적발했다.
▶하자 처리 소홀…점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SH공사는 하자 처리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서울시 감사결과 SH공사는 아파트 하자 및 유지보수 관리 전산화 구축 계획 등에 따라 모든 하자의 원인과 처리내용을 시스템(FMIS)에 등록해야하지만 시공부서와 지역통합센터 담당들이 하자처리 전반에 대한 점검과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하자관리 총괄을 두고 부서간 책임을 전가하는 등 내부 갈등을 빚어 3일 이내 보수해야 하는 잔손보기 하자가 평균 23일이 걸리는 등 입주민의 불편을 키운 사례도 있었다.
SH공사 측은 서울시 감사결과에 대해 "감사 이후 모든 문제에 대해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고 사후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자가 없는 아파트를 만들어 서민 주택주거 안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SH공사 아파트의 부실시공이 사라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 분위기다. 앞서 개선을 내세우던 기간 중에도 부실시공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2013년 아파트 품질 보증을 높이기 위해 품질혁신팀을 신설해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SH공사의 분양 아파트 입주 후 만족도는 2013년 59.9점, 2014년 49.3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SH공사가 하자 제로(0)를 내세우는 등 부실시공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입주민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고, 하자 문제가 꾸준히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며 "제대로 된 업무 처리를 위해선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이 꾸준히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