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하게 된 한국 프로야구인데, 대구의 한여름 무더위가 가장 인상깊었던 모양이다.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믹 에반이 21일 선수단에 합류해 대구구장 불펜 마운드에 올랐다. 훈련 직후 취재진과 마주한 에반은 "시차 때문에 잠을 자다가 새벽에 깼는데, 무엇보다 습기를 머금은 더위에 적응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낯선 한국 프로야구인데 전혀 낯설지 않을 것 같다. 한국 프로야구 인맥이 대단하다. 우선 윤석민, 조쉬 스틴슨과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인 노포크 타이즈에서 함께 뛰었다. 미국의 특정팀 출신 투수 3명이 KBO리그의 한 팀에서 뛰는 보기 드문 상황이다. 이대진 투수 코치는 경기 전 윤석민을 보고 "석민이가 알아서 잘 관리를 할 것이다"며 웃었다.
타이거즈 합류에 앞서 스틴슨은 지난해 윤석민으로부터 한국 프로야구 애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에반과 한국야구의 인연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 박찬호와 함께 하면서 한국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SK 와이번스 출신 조조 레이예스,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릭 밴덴헐크와도 아는 사이라고 했다. 에반은 "이들로부터 한국 프로야구가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고, 수준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확실히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선수들에게 관심이 높은 리그가 된 모양이다. 에반은 롯데 자이언츠의 조쉬 린드블럼, 넥센 히어로즈의 라이언 피어밴드와도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물론, 이런 인연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아직 보직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KIA는 선발을 생각하고 있다. 웨이버 공시된 필립 험버의 빈자리를 메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KIA 코칭스태프는 상황에 따라 중간계투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에반은 "팀에 합류하자마자 불펜에서 50개의 공을 공을 던졌다. 선발투수로 나서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선발 경험이 있지만 에반은 최근 몇 년 간 주로 불펜 투수로 뛰었다.
대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