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마지막까지 진지했다.
그는 2015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 '팀 슈틸리케'의 지휘봉을 잡았다. A매치 같은 올스타전을 준비하는 듯 했다. 전날 공식 훈련은 통상 두 팀이 함께 소화한다. 올해는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팀과 함께 훈련을 할 수 없다며 훈련장 변경을 요청했다. 프로축구연맹은 당초 계획을 변경해 팀 최강희에는 안산와스타디움, 팀 슈틸리케에는 와스타디움 보조구장을 훈련장으로 제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출사표는 '토탈 사커'였다. "하루 훈련하고 팀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0대0 승부는 하지 않겠다.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다. 많은 득점을 하고 이길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진지했지만 올스타전은 역시 '쇼'였다. 6골이 터졌다. 사이좋게 3골씩 주고받았다.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자리를 빛내준 선수와 관중에게 감사하다. 이런 잔치에 2만5000명이 와서 기쁘다. 올스타전이 공식 경기가 아니라 느슨한 면도 있지만 골도 많이 났다. 이런 날에는 무승부가 많다. 경기력은 전반이 후반보다 좋았다. 후반에 상대팀에 기회를 많이 내줬다. 이전에 비해 수비적으로 진지하게 경기했다. 그래서 6골 밖에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은 한 여름 밤의 '축구 축제'가 수놓았다. 2만4772명이 운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8월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들도 점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응은 또 달랐다. 그는 "올스타전은 동아시안컵 명단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올스타전에서는 자유롭게, 평소에 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한 가지 긍정적인것은 이정협이 몸상태가 좋지 않고 잔부상이 있었는데, 이정협이 후반에 뛴 모습을 보니 몸이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회복을 잘 하면 대표팀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색장면도 있었다. '팀 최강희'의 김호남(광주)은 후반 18분 역전골을 터트린 후 사심 가득한 세리머니를 했다. 팀 동료와 최강희 감독을 외면한 그가 향한 곳은 적장인 슈틸리케 감독이 앉아 있는 상대팀 벤치였다. 김호남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포옹을 한 뒤 악수까지 건넸다. 대표팀에 뽑아달라는 '아부 세리머니'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전에 상대팀의 김호남과 주민규가 투입됐을 때 본인의 모습을 더 보여주려고 열심히 뛰었다. 두 선수가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경기장에 섰을 때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평가했다. 안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