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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호 감독 "평생 해온 야구로 빚 갚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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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야구만 했습니다. 야구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감독.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감독이 된 사람들은 "하늘이 정해준 자리"라고 한다. 그만큼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한국에 딱 10명 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 사회적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런면에서 롯데 자이언츠 전 감독인 양승호 감독은 큰 위기에 처했었다. 고려대 감독 시절 불미스러운 얘기가 2012년 알려지며 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죗값을 치르며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이제 조금씩 사회로, 야구계로 돌아오고자 한다. 나쁜 의도가 아니다. 평생 해온 게 야구다. 잘못이 있으면, 뉘우치고 갚아나가야 한다. 그 수단이 야구다.

양 전 감독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건강히 잘 지냈습니다. 야구 감독을 하며 신경쓰지 못했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최근에는 야구장에 자주 나가려고 했습니다. 재능 기부로 전국 리틀 야구단을 돌기도 했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야구 배워서 좋아요"라고 하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습니다.

-최근 여자 연예인 야구단 감독님이 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여자 연예인 야구단이 창단됐는데, 지인께서 "꼭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어린 여자 연예인 선수들이 대충 관심을 끌려고 모인게 아니었습니다. 야구 지도자한테 야구를 배우고 싶다고 요청을 했답니다. 사실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일이라 부담도 됐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절 원한다고 하니, 더 이상 고민할게 없었습니다. 벌써 두 번째 연습을 하고 가르쳤는데 이쁘장한 선수들의 투지가 대단합니다.

-양승호라는 사람이 대중 앞에 나선다는 점,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최근 연예인 야구단도 그렇고, 여자야구 대표팀 인스트럭트 역할을 하는 걸로도 언론 보도가 나갔습니다. 솔직히 부담이 됐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용기를 냈습니다. 아까 언급했다시피, 잘못을 했지만 많이 뉘우쳤고 앞으로 그걸 어떻게 갚아나가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좋은 일들이 있지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게 야구입니다. 평생 야구만 해왔습니다. 꼭 야구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시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야구팬들도 충격이었는데요.

▶횡령죄가 아니라 배임죄로 재판장에 섰습니다. 재판장에서도 양승호 개인이 받은 돈을 쓰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참작도 정상적으로 됐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쓴 돈은 한푼도 없었습니다. 전부 선수들 전지훈련 비용으로 들어갔습니다. 학교측에서도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을 모두 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정말 나쁜 행동을 한건가'라고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음의 정리를 했습니다. 죄에 대해 억울해 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잘못하지 않았다고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니 야구팬들도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동호회든 야구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땀흘리는게 행복합니다. 제가 필요한 곳이 있다고 한다면 어디든 찾아가겠습니다. 어린 친구들에게 재능 기부도 더 열심히 할 생각이고, 여자 연예인 야구단도 대충하는게 아닌 진짜 야구 선수들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저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빚을 갚아나간다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야구장에서 만나면 꼭 밝은 모습으로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양 전 감독은 18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리는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를 찾는다. 김응용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의 은퇴식이 열리는데, 해태 타이거즈 시절 제자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김 전 감독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양 전 감독은 "김 감독님께서 꼭 오라고 하시는데, 제가 그 자리에 가도 되겠습니까"라며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오랜만에 팬들을 만난다는 마음에 복잡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