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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vs슈틸리케, 승부욕과 협박 그리고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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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이라면 누구보다 강하다. 2014년 K리그 챔피언 전북의 사령탑 최강희 감독과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승부욕은 '축구 축제' 올스타전에서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17일 오후 7시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5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에서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를 이끄는 최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이 진검승부를 다짐했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두 사령탑의 한 목소리 출사표에는 웃음보다 진지함이 더 가득했다.

▶최강희vs슈틸리케의 지략대결

선전포고는 슈틸리케 감독의 몫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16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올스타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올스타전 경기를 이길 팀 슈틸리케의 감독 슈틸리케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의 승리 의지는 경기전 공식 훈련에서도 드러났다. 전날 공식 훈련은 통상 두 팀이 함께 소화한다. 올해는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팀과 함께 훈련을 할 수 없다며 훈련장 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당초 계획을 변경해 팀 최강희에는 안산와스타디움, 팀 슈틸리케에는 와스타디움 보조구장을 훈련장으로 제공했다.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에 최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 감독은 "생각했던것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너무 진지하다. 올스타전이 아니고 A매치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선수들과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응수했다.

두 사령탑은 지략 대결도 예고했다. 최 감독은 전매특허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운다. 슈틸리케 감독은 '토탈 사커'를 준비했다. "하루 훈련하고 팀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0대0 승부는 하지 않겠다.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다. 많은 득점을 하고 이길 것이다." 최 감독의 다득점 공약에 슈틸리케 감독도 맞대응했다.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을 선보이겠다."

▶최대 변수 '판정, 협박 그리고 당근'

승부의 최대 변수는 심판 판정이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주심을 맡은 최용수 서울 감독과 하석주 전 전남 감독은 주연급 조연 역할을 수행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경고를 남발했다. '감각적인 판정'으로 양팀 사령탑의 원성(?)을 샀다. 올해 올스타전 휘슬도 K리그 감독들이 분다. 윤정환 울산 감독과 김도훈 인천 감독이 전, 후반 주심으로 나선다. 조성환 제주 감독과 최문식 대전 감독, 남기일 광주 감독은 부심을 맡는다. 그러나 최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은 웃음을 위한 의도적인 오심과 편파 판정을 사전에 차단했다. 최 감독은 "심판을 보는 감독들이 정당하게 경기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후배 감독들이 심판을 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무엇이 진짜 팬들을 위한 흥행인지 잘 고민해봐야 한다. 판정도 축구의 기본 틀 안에서 진지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은 각 팀 선수들에 대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상대팀 선수들에 대한 견제의 메시지도 명확하게 전달했다. 최 감독은 권순태 최철순 김형일 이재성 등 팀 슈틸리케에 속한 전북 제자들을 겨냥했다. 최 감독은 "전북 선수들은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오래 생활할지, 나와 오래 생활할지 알아서 잘 판단해서 경기를 해야 할 것이다. 굳이 대표팀에 뜻이 있어서 열심히 한다면 막지는 않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무기는 '동아시안컵'이었다. 올스타전 이후 8월 1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출전 명단을 발표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농담 섞인 '당근'을 던졌다. "선수들의 동기 부여는 언론이 해줬으면 좋겠다. 기사에 '올스타전에서 잘하면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고 써달라." 슈틸리케 감독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흘렀다. 이어 "이동국과 에두의 투톱에 대한 대비를 했지만 에두가 이적하는 바람에 다시 작전을 짜고 있다. 이동국이 어떤 플레이를 할지 잘 알고 있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면서 "후반 추가시간에 차두리의 자책골로 3대2로 승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 역시 "3대1로 승리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전 현 A대표팀 사령탑의 승부욕은 한 여름 밤 축제를 뜨겁게 달구는 예고편이었다. 안산=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