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K리그 올스타전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추억의 무대였다.
2002년 월드컵대표팀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이 등장했다. 2012년 K리그 올스타와 격돌했다. 월드컵 4강의 감동이 물결쳤다. 그라운드에는 환성과 폭소, 탄성이 가득했다. 대미는 K리그였다. 그라운드에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풍선을 단 두 개의 대형 플래카드가 춤을 췄다. '세계가 놀란 아시아의 자존심', '아시아 최강 K리그가 이어갑니다'. K리그의 약속이었다.
여름이적시장이 K리그 올스타전을 강타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K리그는 여전히 그 때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올스타전을 통해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한다.
한 여름밤을 뜨겁게 달굴 2015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이 17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초청 이벤트의 무늬를 지웠다. 순수 K리거들로 두 팀을 채웠다. K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전, 현 A대표팀 사령탑이 선장이다. K리그 디펜딩챔피언인 최강희 전북 감독이 이끄는 '팀 최강희'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 슈틸리케'가 충돌한다. 최 감독은 2013년 A대표팀 감독 시절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끌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처음으로 그라운드에서 K리그와 만난다. 그래서 그럴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A매치 같은 올스타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2015년 올스타전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진검 승부
올스타전은 '쇼'다. 모두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두 팀 사령탑의 자세가 진지해도 너무 진지하다. 신경전도 치열하다. 전날 공식 훈련은 통상 함께 소화한다. 시간과 장소가 동일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 상식을 깼다. "경기 전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훈련하는 게 어디 있냐"며 훈련장 변경을 요청했다. 프로축구연맹도 슈틸리케 감독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팀 최강희는 와스타디움, 팀 슈틸리케는 와스타디움의 보조구장에서 훈련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올스타전은 아무래도 진검승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들이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 "팀 최강희보다 한 골 더 넣어서 이겼으면 좋겠다. 올스타전에 걸맞는 경기력을 약속하겠다." 최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의 출사표다. 슈틸리케 감독은 8월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들도 점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올스타전이 올스타전이 아니다.
안산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과연 그라운드에서 두 감독의 약속이 실현될까. 선수들이 다소 '혼란'스러울 것 같다.
▶변신은 무죄
그들의 변신은 무죄일까. K리그 감독들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그라운드의 판관으로 변신한다. '휘슬'을 잡고, '오프사이드'도 판정한다.
진용은 결정됐다. 윤정환 울산 감독과 김도훈 인천 감독이 전, 후반 주심으로, 조성환 제주 감독과 최문식 대전 감독, 남기일 광주 감독이 부심으로 나선다. 벤치에서 심판들과 신경전을 펼치는 감독들의 '이직'은 분명 색다른 볼거리다.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에선 각각 전반과 후반전 주심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최용수 서울 감독과 하석주 전 전남 감독이 K리그 최고의 축제에 걸맞은 '감각적인 판정'을 선보이며 흥행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윤 감독과 김 감독도 내심 '카드 남발'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쿨링타임
현장 이벤트도 다채롭다. 전반 20분이 지난 후 '쿨링타임'이 첫 선을 선보인다. '쿨링타임'이란 국제축구연맹(FIFA)이 체감온도지수 32도 이상의 무더위 속에서 축구 경기가 진행될 경우 선수 보호를 위해 실시하는 경기 도중의 휴식시간인 '쿨링 브레이크'에서 차용했다. 무더위 속 선수들이 열을 식히며 수분 섭취를 하는 동시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깜짝 공연도 마련된다. 최근 대세 걸그룹으로 떠오른 AOA가 그라운드에 등장해 관중들의 더위를 날릴 '쿨링' 축하공연을 펼친다.
하프타임에는 K리그 올스타전의 양념 이벤트인 올스타 릴레이 레이스 펼쳐진다. 올스타 레이스는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을 통해 7년 만에 부활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K리그 홍보대사 윤두준이 속한 비스트의 피날레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레전드
45세의 김병지(전남)와 36세의 이동국(전북)이 올스타전의 역사를 이어간다. 둘은 나란히 팀 최강희에 포진해 있다. 이동국은 팬투표, 김병지는 감독 특별추천으로 올스타에 발탁됐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김병지와 1998년 K리그에 등장한 이동국은 걸어다니는 역사다. 김병지는 K리그 통산 700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동국은 골을 넣을 때마다 K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스타전에서도 레전드다. 김병지는 역대 최다 출전(16회)을 기록 중이다. 골키퍼로는 유일하게 MVP(최우수선수·2000년)도 품에 안았다. 올해로 15회째 출전인 이동국은 최다 MVP 수상자다. 1998년과 2001년, 2003년, 2012년, 4차례 별중의 별로 선정됐다. 이동국은 올해도 MVP를 꿈꾸고 있다.
▶캡틴
서울과 수원, K리그 최고 히트상품인 슈퍼매치의 물결도 넘실거린다. 서울의 캡틴 차두리, 수원의 주장 염기훈이 각각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호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올스타 최다득표의 영예를 안은 차두리는 1년 선배인 이동국을 따돌리고 주장 완장을 찼다. 사연이 있다. 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그는 팀 최강희에 발탁된 후 "최강희 감독님이 마침내 저를 뽑아주셨다. 욕심을 더 내 주장까지 시켜주면 은퇴해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읍소'했고, 최 감독도 곧바로 두 손을 들었다. 주장 차두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두 팀 사령탑의 '진검 승부'와 함께 서울과 수원 캡틴의 자존심도 걸렸다. 올스타전이 화제 만발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