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부상과 예상치 못한 사건까지, 초보 감독에게는 가혹했던 시련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뚝심 있는 모습으로 더 큰 가능성을 열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의 데뷔시즌 전반기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박경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제주 지휘봉을 잡았다. 제주의 선택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성을 강조한 조 감독의 축구는 빠르게 제주를 바꿨다. 초반엔 순항했다. 지난시즌 다진 수비 조직력은 한층 안정감을 더했고, 빠른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력이 살아났다. 9라운드에서 2위로 점프한 제주는 14라운드까지 4위권을 유지했다. 조 감독은 부진의 늪에 빠졌던 윤빛가람을 부활시키고, 매경기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이며 초보 감독 답지 않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송진형, 김호준, 배기종, 정다훤, 까랑가, 진대성, 김 현, 정영총, 장은규, 김수범, 박수창, 알렉스 등이 번갈아 누웠다. 팀의 주축인 송진형 김호준 배기종 정다훤 까랑가는 장기부상에 시달렸다. 배기종과 까랑가는 아직까지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매경기 다른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선수에 그치지 않았다. 코치까지 다쳤다. 김지운 골키퍼 코치가 허리 디스크에 시달리며 결국 스카우트로 보직을 변경했다. 조 감독은 "이상할 정도로 부상자가 줄을 이었다. 한선수가 돌아오면 한선수가 쓰러졌다. 상대에 따라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은 고사하고 11명 만들기도 힘들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공격의 핵' 강수일이 도핑양성반응으로 충격을 줬다. 이전까지 강수일은 5골-1도움을 올리며 A대표팀까지 발탁되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프로축구연맹은 강수일에게 15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올시즌 시즌아웃이다.
조 감독이 공을 들이며 영입한 전경준 수석코치가 올림픽 대표팀으로 떠났고, 든든한 백업 수비수 이 용이 카타르 알 코르로 이적했다. 제주는 8위(승점 29)까지 추락했다.
계속된 시련 속에서도 조 감독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원칙대로 움직였다. 시즌 전 약속대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정영총 김상원 심광옥 등이 경기에 나섰다. 몇몇 경기에서는 2군 경기에 가까운 베스트11이 나선 경기도 있었다. 제주 프런트들이 놀랄 정도의 강단이었다. 조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출전을 위해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들의 노력을 외면할 수 없다.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줬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수도 있지만 후회는 없다.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을 얻었다"고 했다. 지긋지긋한 원정징크스도 정공법으로 뚫었다. 제주는 개막 후 원정에서 무려 9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조 감독은 다양한 시도 보다는 선수들을 믿고 평소대로 플레이를 지시했다. 결국 원정징크스를 넘는데 성공했다. 제주는 현재 원정 2연승 중이다.
조 감독의 뚝심으로 제주는 한층 두터운 스쿼드를 갖게됐다. 부상자들이 모두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 8월이 제주의 승부처다. 조 감독은 "전반기 중반부터 부상자와 원정 부진으로 승점을 잃었지만 생각보다 선두권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의 마지노선인 3위(전남·승점 34)와의 승점차는 5점에 불과하다. 시즌 초에 보여준 경기력을 재연한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