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후반기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
더스틴 니퍼트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두산 유니폼을 5시즌 째 입고 있는 최고의 외국인 투수. 사실상 팀내 제 1선발이다.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따라 두산의 선발진의 힘 차이는 명확하다. 하지만 지난 9일 오른 어깨 충돌증후군으로 1군에서 말소, 전열에서 제외된 상태다. 물론 두산은 니퍼트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고 있다. 진야곱과 허준혁이라는 걸출한 선발감이 맹활약을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기에 니퍼트의 가세는 두산 입장에서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페넌트레이스 뿐만 아니라 포스트 시즌까지 고려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그 이유가 뭘까.
▶니퍼트의 상태
일단은 긍정적이다. 어깨부상은 민감하다. 통증이 찾아오면 그동안의 재활은 백지가 된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때문에 두산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이제 막바지 단계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5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다음주 월요일(20일) 라이브 피칭을 한다"고 했다. 재활의 마지막 단계다. 라이브 피칭을 던진 뒤 다음날 통증이 없다면 실전등판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21일 통증 여부에 따라 니퍼트의 1군 합류시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긍정적이다. 김 감독은 "불펜 피칭을 하면서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고 했다.
정상적이라면 늦어도 8월 초에는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진야곱의 이동
두산 투수진은 약간의 불균형이 있다.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 선발 요원은 괜찮다. 니퍼트가 돌아오면, 1명이 남는다. 6선발 체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두산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진야곱을 중간계투로 돌릴 예정이다. 두산의 뒷문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다. 최근 이현승이 마무리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현택의 구위도 괜찮다. 하지만 필승계투조의 1명이 더 필요한 상태다. 물론 함덕주 이현호 등이 있지만, 좀 더 확실한 한 장의 필승계투조 카드가 필요하다.
일단 진야곱이 물망이 오른 상태다. 특이한 투구폼과 강력한 패스트볼과 까다로운 슬라이더를 가진 투수다. 때문에 제구력만 잡히면 삼진 능력은 물론 짧은 시간에 난타당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체력도 뛰어나다.
5~7회 승부처가 왔을 때 짧게는 1이닝, 길게는 2~3이닝까지 던질 수 있는 롱 릴리프 겸 필승계투조의 첫번째 주자가 진야곱의 임무다.
▶후반기 승부수는
진야곱이 필승계투조에서 완벽히 적응하게 된다면 두산의 뒷문 자체는 더욱 튼실해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정이 깔린다. 일단 니퍼트가 선발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두산은 그동안 무리없는 투수운용을 했다. 함부로 승부수를 던지지 않았다. 두산 한용덕 투수코치는 "아직 투수진의 체계가 잡힌 상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무리해서 경기를 잡으러 들어갈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더욱 많아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두산 투수진의 시스템은 언제쯤 완성될까. 시즌 초반 필승계투조의 계산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노경은 김강률은 부상으로 가세와 이탈을 반복했고, 함덕주 이현호 이현승 등은 1점 차 승부에서 불안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안정적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니퍼트가 포함된 선발 로테이션이다. 이 체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나머지 뒷문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기초가 만들어진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진야곱은 매력적인 필승계투조 카드로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니퍼트가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는 가정이 현실이 되어야 한다. 결국 니퍼트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 몫을 해낼 때, 두산 불펜 시스템은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두산의 포스트 시즌 계산도 나온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