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공끝의 문제였다.
2년만에 SK 와이번스로 돌아온 크리스 세든은 지난 15일 창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3⅓이닝 동안 6안타를 5실점했다. 팀이 역전승을 거둬 패전은 면했지만, 2년전 국내 리그를 평정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난 16일 SK 김용희 감독은 세든의 복귀전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김 감독은 "2013년과 달라진 점은 공끝의 움직임이다. 공끝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면서 "호된 신고식을 한 게 오히려 좋은 것일 수 있다. 본인이 느낀 것이 있었을 것이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세든의 주무기는 직구이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전날 3회까지 퍼펙트로 막아내다 4회 한꺼번에 6안타를 내준 것은 직구의 공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 6안타 가운데 직구를 던지다 맞은 게 5개였다.
김 감독은 "변화구 타이밍에서 직구를 던져 많이 맞았는데, 공끝이 좋았더라면 범타나 삼진으로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NC 타자들이 그만큼 공략을 잘 한 것이기도 하다. 세든이 봤을 때 우리 야구가 2년전과는 분명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전날 경기 후 세든을 따로 부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결과에 실망했는지 마운드를 내려온 뒤 스스로를 책망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첫 경기였던 만큼 긴장했을 것이고, 잘 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승부욕이 있는 친구다. 후반기에 세든이 잘 해준다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며 기대감도 나타냈다.
NC 김경문 감독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김 감독은 "어제 4회 그렇게 안타를 친 것은 타격 파트에서 어떤 파악이 됐을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2년전보다는 공끝이 무뎌진 느낌이었다"며 "세든의 직구는 원래 낮게 깔려오다가도 타자 앞에서 쑥 살아나 들어와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제는 그런 직구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감독은 "내가 볼 때는 팔 스윙이 2년전과는 달라진 것 같았다. 그 전에는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 뿌렸는데, 어제는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가 좀 위쪽에서 형성됐다. 구체적으로 내가 분석할 입장은 아니지만, 직구는 그런 차이가 있었다. 우리 타자들이 많이 성장한 것도 느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날 세든의 직구 구속은 143㎞까지 나왔다. 스피드는 2013년과 비슷한 수준. 그러나 공끝의 움직임은 양팀 감독의 눈에는 일단 부정적으로 비쳐졌다. 한편, 세든은 후반기 첫 경기인 21일 인천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전 등판 가능성이 높다. 창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