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방송사를 잘못 만나 승패에 영향을 받는다면, 지는 팀은 얼마나 억울할까.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하며 새출발에 나섰다. 일단 현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중요한 승부처 오심으로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는데,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판정으로 경기가 진행되니 억울함이 해소된다. 심판들도 무겁기만 했던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고 편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시행 첫 해 문제도 많다. 그 문제가 10일 부산에서 발생했다. 2-6으로 뒤지던 롯데는 9회 무사 만루 찬스를 잡는 등 무서운 추격전을 펼쳤다. 5-6 2사 3루 상황. 김문호가 유격수 땅볼을 쳤다. 온 힘을 다해 뛴 김문호는 1루에 슬라이딩을 했다. 하지만 1루심은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송구가 1루수 오재일의 미트에 먼저 들어갔다고 판단해 아웃을 선언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크로스 타이밍이었기에, 이날 경기 쓰지 않았던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중계 방송사의 화면이었다. 정말 순간의 차이로 아웃과 세이프가 갈린다. 근접한 화면이 아니면 확인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날 중계 방송사가 1루쪽을 클로즈업할 수 있는 카메라는 2대 뿐이었다. 문제는 1대의 카메라는 김문호의 발은 찍었지만 오재일의 오른손은 한 화면에 잡아내지 못했다. 송구가 높아 오재일이 하늘쪽으로 팔을 쭉 뻗었는데, 이 장면을 동시에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미트에 공이 들어가는게 보이지 않아 이 화면은 가치가 없었다. 두 번째 카메라는 3루주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롯데 김응국 3루베이스 코치 등에 가리는 화면을 잡았다. 이 역시 무용지물.
결국 이 방송사가 보여준 화면은 구장 관중석 상단에서 찍은 화면이었다. 거리가 멀어 정밀 판정을 도저히 할 수 없는 화면이었다. 이런 경우 심판진은 원래 판정을 그대로 유지한다. 아웃이었다. 롯데쪽에서 억울할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화면을 확인한 결과 충분히 세이프 판정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접전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만 하고 아웃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1루에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 육안으로 판단하기 더 힘들어지는 부분이기에 롯데는 더 정확한 비디오 판독을 기대했는데, 이는 수포로 날아갔다. 만약 김문호가 세이프였다면 경기는 6-6 동점이 돼 어떻게 될 지 몰랐다.
방송사별로 경기장에 배치하는 카메라 대수의 차이가 있다. 카메라 촬영 기사들의 경험, 실력 차이도 분명 있다. 오랜 기간 방송을 해온 방송사들의 경우, 더욱 다양한 각도의 화면을 비디오 판독시 제공한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책임감으로 더욱 정밀한 화면을 만드려는 방송사도 있다. 하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한 방송사도 분명 존재하는데, 문제는 이 방송사의 중계 일정에 걸려 비디오 판독시 억울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현장에서는 땅을 칠 일이라는 점이다.
결국 비디오 판독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면 일관된 판독 환경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다. 방송사는 자신들의 주 임무인 방송에만 신경쓰게 하고, 비디오 판독 문제는 KBO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게 가장 현명한 방식이다. 각 구장마다 비슷한 위치, 각도에 카메라를 설치해 새 제도의 의도를 살릴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중계 방송사의 화면에 의존해 이 중요한 경기들을 판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