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현대판 '정도전'도 통할까.
KBS2 새 수목극 '어셈블리'가 베일을 멋는다. '어셈블리'는 정치의 본산이자 민의의 전당 국회를 배경으로 한 휴먼 정치 드마라다. 지난해 KBS1 대하사극 '정도전'으로 사극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현민 작가의 복귀작이라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일단 KBs 측은 성공을 장담하는 분위기다.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어셈블리' 제작발표회에서 이응진 TV본부 본부장은 "한국 드라마는 현재 위기에 직면했다. '어셈블리'는 과감한 시도가 빛나는 정치극으로 드라마의 신세게를 열어줄 것이다. '정도전'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 소재를 현대로 가져왔다. 현대 정치인들의 희로애락을 현실감 있게 다루며 희망의 정치를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어셈블리'와 '정도전'은 닮은 구석이 꽤 있다. 기득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 그리고 휴머니즘을 버무렸다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다. 황인혁PD는 "정치드라마 포맷이 낯설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국회의원 풍자나 비판을 기대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것도 놓치고 싶진 않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희노애락을 담고 싶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희망, 소통 같은 단어가 낯설어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이루는 정치를 생각해보는 게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있긴 하다. 시선 차이일 것 같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큐멘터리 느낌일텐데 우리 드라마는 비교적 친근한 주변 인물들이 투입돼 낯설음은 덜할 것 같다. 인물들도 다양하고 보좌관 여당 야당 등 다양하게 다룬다. 인간관계 등을 이용해 정치를 친숙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풍자를 가져가며 휴머니즘을 더하려 한다. 따라가기 쉽고 메시지가 잘 융화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도전'은 부패한 고려 말 정치권과 이를 척결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풀어내 호평받은 작품이다. 자신의 이득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시 생각하는 기득권의 이기주의는 현시대와 크게 드라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이 벌어져 전국민이 비애에 잠겼을 때라 공감대는 더욱 크게 형성됐다. 여기에 '정도전' 속 이성계(유동근)와 정도전(조재현)이 '진정한 리더상'을 제시하며 카타르시스마저 안겼다. 그게 바로 '정도전' 성공 신화의 비결이다. '어셈블리' 역시 이 행보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제작진은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대립과 정치권 뒷이야기를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풀어내겠다고 예고했다. 실제 보좌관 출신인 정현민 작가에게 있어 현대 정치판은 전문 분야와 다름없을 터. 실제로 자신이 듣고 보고 겪었던 이야기들을 얼마나 리얼하게 풀어낼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진짜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더했다.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이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진실남'으로 거듭나는 성장 스토리를 통해 '갑질 논란'이 팽배한 이 시점에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전하겠다는 계산이다.
배우진도 탄탄하다. '정도전'이 조재현 유동근 박영규 서인석 등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재미를 봤다면, '어셈블리'는 보다 신선한 조합을 꾸렸다. 충무로에서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힌 정재영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고 송윤아도 16년 만에 KBS 나들이에 나섰다. tvN '삼시세끼-정선편'을 통해 '옥빙구'로 활약했던 옥택연도 이번만큼은 인간미를 벗고 배우로 변신한다. 또 '정도전'의 '미친 존재감' 박영규도 합류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캐스팅이다.
딱 하나 우려되는 것은 기대감이 너무 최고조에 달해있다는 점. 베테랑 연기자인 박영규조차 "정현민 작가와 시대를 떠나 또 만나보는 설렘으로 기꺼이 오케이했다. ('정도전'과 '어셈블리' 모두) 정치 드라마이긴 하지만 고려시대 '정도전'의 시대와 지금은 너무 다르다. 정치 9단에 산전수전 다겪은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때와 지금이 너무 다르니까 그걸 시청자들이 보시며 제대로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무섭기도 하다. 이인임보다 지금이 더 겁난다. 이인임 아류에서 못 벗어나면 안되니까 이번엔 이번대로 색다르게 해야한다"고 부담감을 토로했을 정도. 이미 기대치가 한계까지 다다른 시점에서 그 부담감을 어떻게 벗어던지고 시청자를 만족시킬지가 관건이다. 또 시대가 다를 뿐 두번 연속으로 정치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데 어떤 차별점을 줄 것인지도 관전포인트다.
'어셈블리'는 '복면검사' 후속으로 15일 오후 10시 첫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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