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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원작+먹방+정서'가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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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첫 방송된 SBS '심야식당'이 일단 관심끌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5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심야식당'(연출 황인뢰 극본 최대웅,홍윤희) 첫 방송 시청률은 3.8%. 연속 방송된 2부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3.3%로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보던 사람들 상당수가 계속 시청했다는 의미. 특히 1,2부 수도권 시청률이 각각 4,0%, 3.6%로 높게 나온 점이 고무적이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스페셜'과 KBS2 '글로벌남편백서 남편내편'의 2.3% 등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산뜻한 출발이다.

첫 방송에서는 힘들고, 외롭고, 삶에 지친 이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과거 미상의 식당 마스터(김승우 분)와 건달조직의 중간보스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지는 낭만건달 류(최재성 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고학생 민우(남태현 분)가 가래떡구이와 김으로 각자 얽혀있는 인연이 펼쳐졌다. 2회에서는 심혜진이 은수 역으로 특별 출연, 메밀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과거 하이틴스타로 이름을 날리다 미치광이 스토커의 테러로 수술까지 하게 되면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잊혀진 스타가 된 은수 역을 심혜진 특유의 세련된 카리스마로 소화해냈다.

야심한 시간이었음에도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는 많았다. 우선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져 큰 인기를 누린 동명의 일본 만화 리메이크 작. 여기에 최근 트렌드인 '쿡방' 요소가 접목됐다. 세대 구조와 남녀 역할 변화 속에 요리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더불어 음식과 식당 분위기 속에 소시민적 정서와 낭만도 녹아있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독특한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에는 애환과 함께 특별한 정서가 공감대를 자극한다. 소재에 맞춰 '심야식당'은 밤 12시를 넘어 방송한다.

여러가지 화제성 속에 눈길 끌기에 성공했지만 '심야식당'의 성공 여부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 '심야식당'이 지닌 화제성이란 장점은 곧바로 넘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유명 원작의 리메이크 작이라는 점, '먹방'을 표방했다는 점, 소시민적 정서가 녹아있다는 점 등이 모두 위험 요소를 품고 있다.

우선, 리메이크작의 위험성이다. 통상 크게 성공한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원작을 접한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평가를 피할만큼 완벽한 리메이크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방송의 시간적, 표현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인기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먹방' 소재도 위험 요소가 있다. 최근 셰프의 인기 속에 쿡방도 다양화, 세분화하며 진화하고 있다. 쉬운 요리를 표방하는 '백주부' 백종원 같은 대중적인 모습에서, 전문 셰프들까지 백화난만의 열전이 펼쳐지고 있는 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설픈 요리는 바로 거센 비난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실제 훈남 셰프로 명성을 떨치던 맹기용에 대해 최근 불거진 자질 논란도 같은 매락이다. '심야식당'이 핵심 소재인 음식을 야심한 시각 시청자들을 갈등케 할만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할 경우 역공을 당할 공산이 크다. 실제 원작의 일본 가정식 요리 대신 우리의 전통적 슬로우푸드로 대체된 방송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음식을 요리 프로보다 맛깔스럽게 담지 못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에 맞물려 정서적 전환도 중요한 문제다. 오랜 저성장 속에 자아를 상실한 일본 소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원작 속에 녹아있는 감성을 어떻게 우리 현실에 맞게 변환시키느냐는 어쩌면 가장 큰 과제다. 작가가 끌고 가는 드라마 스토리, 배우의 연기력, PD의 연출력이 삼위일체가 돼야 성공할 수 있는 작업. 과연 큰 화제성을 바탕으로 무난한 출발을 알린 '심야식당'은 이러한 세가지 도전 과제를 무사히 극복하고 순항할 수 있을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