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는 NC는 1일밤 홈에서 롯데에 역전패 했다. 베테랑 유격수 손시헌(35)이 3-3으로 팽팽하던 9회초 주자를 협살로 몰다 손에서 볼이 빠져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치명적인 실책에 NC팬들은 온라인상에서 설왕설래했다. 최악의 타격슬럼프 중 나온 수비실책. 이날 어이없는 실책을 했지만 전날까지 손시헌은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선보이고 있었다. 10개구단 유격수 중 최소실책(5개)이었다. 이날 실책으로 LG 오지환과 함께 주전 유격수 최소실책 타이(6개)다. 손시헌은 두산 시절부터 안정적인 수비로 인정받았다.
손시헌은 올해 마음고생이 많다. 커리어 최악의 타격성적표를 손에 들고 있다. 시즌 초반 깊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만 해도 언젠가는 훌훌 털고 일어서겠지 했지만 1일 현재 타율 0.181, 6홈런 24타점이다. 프로 11년 통산타율(0.261)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치. 지난해에는 타율 0.292, 5홈런 39타점으로 최고 활약을 했다. 주전 유격수지만 방망이 실력도 녹록치 않았는데 올해는 매타석이 버겁다. 규정타석을 채운 10개구단 타자중 타율 꼴찌. 출루율도 0.257로 낮다. 타석에서의 자신감, 선구안 모두 실망스럽다.
김경문 감독은 여전히 손시헌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때로는 (손)시헌이가 잘 쳐줘 이기는 경기가 있을 것"이라며 믿고 기다리는 모습이다. 사실 배팅보다는 수비에서 보여주는 손시헌의 존재감에 주목하고 있다. 유격수는 팀수비의 핵심이다. 가장 까다로운 수비포지션이고 모든 수비전략, 전술에서 빠지는 법이 없다. 전후좌우 움직임이 매끄러워야 하고 어깨도 강하고, 수비 판단도 빨라야 한다. 손시헌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올해 NC가 선수권 경쟁을 할 수 있었던 첫번째 요인은 타선 응집력이지만 마운드를 떠받친 손시헌의 수비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NC는 짜임새 있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야구에서 수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든 부분이다. 잘해야 본전이다.
손시헌은 수비에서만큼은 대체불가다. 올해 모창민의 타격 슬럼프 때문에 지석훈 등 다른 타자들이 기회를 얻고 있지만 유격수 손시헌이 빠지면 수비라인 전체가 흔들린다. 1일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실책이 아예 없을 순 없다. 상황이 나빴지만 이 또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손시헌의 호수비로 NC가 위기를 넘긴 적도 많았다. 현재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손시헌이 어제의 실책을 잊고, 방망이 역시 예전의 건강함을 되찾는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