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오전 8시 30분 논현역. 맛있는 빵 냄새가 코끝을 사로잡더니 발길마저 멈추게 한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 여섯시 갓 구워져 만들어진 빵은 바쁜 직장생활로 아침을 거르는 고객들의 빈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준다. 이들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하정평(72세, 브레댄코 논현역점) 씨.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꾹 눌러쓴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동화책 속에 나오는 빵집 아저씨의 모습이다.
15평의 작은 매장에서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은 모두 7명. 아침, 오후, 저녁 시간대 세 조로 나누어 일하고 있다. 하정평 씨의 얼굴은 나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나이를 듣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 "젊어 보이는 비결이요? 빵을 좋아한 덕분에 '빵빵'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을 섞어서 말했지만, 자신이 파는 빵을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지난 2014년 2월 처음 문을 연 이곳으로 점점 아침식사를 위해 찾아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빵을 식사대용으로 삼는 문화도 많이 퍼졌지만 아직까지 밥을 찾는 한국인들이 많은 이유는 역시 소화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아와 아침 대신 빵을 사 들고 나서는 이들의 얼굴에서 그런 걱정은 찾아볼 수 없다.
브레댄코만의 독특한 된장 발효종 빵 덕분이다. 슬로우 베이커리로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고 있는 브레댄코는 프랑스의 '르방'이나 일본의 '주종'처럼 한국인들의 체질에 맞고 건강한 발효종 빵을 만들어냈다. 풍부한 식이섬유로 소화가 잘되고 속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브레댄코의 빵은 이곳 논현역에서도 많은 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성인병 예방과 항산화 기능까지 갖춘 '한국형 웰빙빵'은 하정평 씨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메리카노 역시 이곳의 인기메뉴 가운데 하나. 이곳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진한 맛이 살아 있어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더운 날에도 시원한 목 넘김으로 갈증을 단박에 날려버린다. 아메리카노 만드는 과정을 멋지게 시범 보이겠다며 팔을 걷어붙이는 하정평 씨. 그의 서비스는 빨대를 건네줄 때도 빛을 발한다. "꼭 잡으세요!" 손을 건네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아래를 보면 비닐에 싸인 빨대가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가 시키는 대로 꼭 잡아 당기면 빨대만 쏙 하고 빠진다. 소소한 재미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는 것. 그 덕분에 음료 매출 역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이즈음부터 여름 시즌 매출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하 씨는 자주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은 물론이고 컴플레인을 내는 손님을 '내 손님'으로 만들어야만 그것이 진짜 친절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불만을 말해주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는 고객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그래서 그는 불만을 얘기해주는 고객에게 '150% 친절'을 실천하고 개선점으로 만들고 있다. 오히려 브레댄코만의 강점을 알게 된 후 단골로 바뀌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친절의 생활화'를 실천하는 그의 전직은 무역회사 CEO. 오랜 사업 감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 그에게 브레댄코는 전망이 내다보이는 '성공아이템'으로 제격이었던 것이다. 그의 예견대로 이곳 논현역점은 평일 기준 2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1억 5천만 원이라는 투자비와 작은 매장 규모를 생각하자면 꽤나 주목할 만한 결과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하정평 씨는 가족들에게도 브레댄코와 함께하기를 권유했다. 사업 수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된장발효종 빵'이라는 독특함과 브레댄코만의 매력적인 메뉴들, 본사의 전략과 지원이 성공을 만들 재료일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내는 압구정점을 시작하게 되었다. 흔히 얘기하듯 함께 일하는 이들이 이름만 가족이 아니라 진짜 '브레댄코 가족'으로 거듭난 것이다. 아내를 소개할 때 '대한민국 5천만 명 중 하나'라며 여전히 그저 평범한 주부라고 말하는 하정평 씨지만, 그런 평범한 주부인 아내가 운영하는 압구정점 역시 높은 수익을 내면서 성공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