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대전전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는 이적시장이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7월부터 이적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구단마다 하반기 전력 재편 구상에 바쁠 때다.
이날 만난 인천과 대전은 재정 형편 빠듯한 대표적인 시민구단이어서 이적시장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더 관심사였다.
막상 양팀 감독의 구상을 들어보니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먼저 최문식 대전 감독은 "7월 26일이 D-데이다. 그 때까지 내가 구상하고 있는 스쿼드를 짤 것이다. 깜짝카드도 있다"며 이적시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 감독은 "이적시장이 백화점 정도는 안되고 전통시장 쯤 되는 것 같다"면서 "비록 큰 투자는 힘들지만 대표이사 등 구단측에서 허락되는 형편에서 선수단을 보강하는데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팀은 길게 보고 간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암울했다. 대전은 전통시장 장보러 나갈 형편이라도 되지, 집 근처 구멍가게 구경도 구경하기 힘든 처지다. 인천 구단은 최근 밀린 4, 5월분 월급을 지급했지만 6월분은 또 체불됐다. 식구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데 '총알(돈)'이 필요한 이적시장은 꿈도 못꾼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이적시장 구상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풍족하지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이적시장 장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대전 구단의 얘기를 들었다면 기가 죽을 노릇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의 선수들은 정반대였다. 월급·수당을 제대로 못받고 뛰는 인천 선수들은 '독기'와 '파이팅'이 넘쳤다. 프로 세계에서 입에 담기 부끄러운 '헝그리 투혼'이 유감없이 펼쳐졌다. 이 덕분에 인천은 이날 벌어진 2015년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를 2대0으로 승리하며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 행진을 했다.
▶'역병?'에 믿었던 아드리아노까지…
최 감독은 이날 경기 시작전 최근 한동안 한국사회를 뒤흔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비유에 올렸다. "우리팀이 요즘 무슨 역병에 걸린 것 같다." 대전팀의 최근 경기력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빗대어 한 말이다. 그래도 최 감독은 "젊은 유망주를 중심으로 팀 스쿼드를 새로 만들어가는 단계인 만큼 당장의 승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경기 결과보다 이전보다 강해져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전 선수들은 이날 최 감독이 희망했던 과정도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뭔가에 홀린듯 시작부터 무기력했다. 전반에 인천이 슈팅 10개를 날리는 동안 대전은 1개에 그쳤다. '적장' 김 감독이 우려했던 세밀한 패스게임은 인천 선수들의 반박자 빠른 대응에 막히기 일쑤였고 볼 점유율도 4대6으로 밀렸다. 설상가상으로 대전의 유일한 킬러 아드리아노가 전반 18분 일찌감치 퇴장당했다. 인천 김원식의 집요한 마크에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팔꿈치 가격을 했기 때문이다. 중심 아드리아노를 잃은 대전은 한동안 수비연습 축구를 하듯 위축됐다가 후반 들어 공세를 늘렸지만 숫자와 기량의 열세는 변하지 않았다.
▶없는 살림이라고 얏보지 말라!
김 감독은 체불 상황에서도 성적이 나쁘지 않은 비결을 묻는 질문을 받자 "언젠가는 목돈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어넘기고는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뛸 수 있는 것에 더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인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행복한 듯했다. 이날 대전전에서 인천은 뛰는 양이 현저하게 많았다. 뛰는 양 뿐만 아니라 도움 수비를 하고 세컨드볼에 집중하는 모습은 늑대무리나 다름없었다. 특히 원톱 공격수 케빈이 전방에서 상대의 공을 빼앗기 위해 슬라이딩 태클을 하는 등 서슴없이 몸을 던질 정도였으니 다른 선수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었다. 전반 13분 필드 중앙에서 공을 가로챈 김인성이 문전까지 침투한 뒤 수비 맞고 나온 것을 조수철이 선제골로 연결했다. 세컨드볼을 위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인천의 투혼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선제골의 다리롤 놓아 준 김인성은 후반 29분 케빈의 패스를 받아 GA(골에어리어) 오른쪽 깊숙히 침투해 쐐기골까지 만들었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