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듯 눈앞에서 어른거리는데, 다가서면 날아가버린다. KIA 타이거즈의 성적 추이를 따라가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5할 승률 안팎에서 버티면서 더 큰 목표를 구상해보려고 하는데, 도대체 밑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상승세를 탄 것 같은데 갑자기 힘이 떨어지고, 미끄럼틀에 올라갔다고 봤는데 반등을 만들어내곤 했다. 계산이 잘 서지 않는 타이거즈 전력이다.
꾸준함 부족. 결국 어렵지만 타선이 살아나야 해결될 문제다.
타격 부진은 시즌 내내 이어진 묵은 숙제. 외국인 타자 브렛 필과 김주찬, 둘만 꾸준했다. 1~2번 테이블 세터, 하위타선 모두 무기력할 때가 많다. 부지런히 타순을 조정해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중심타자로 시즌을 시작한 나지완 이범호 최희섭은 현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해줬던 최희섭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허리 통증으로 입원까지 했다가 2군에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주장 이범호는 종종 장타를 때려 팀에 기여하는데, 꾸준하지 못하다. 시즌 타율이 2할2~3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경기가 끝난 뒤 특타까지 했다. 지난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홈런 2개를 때려 기대가 컸는데, 이후 열린 3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개막전 4번 타자 나지완은 지난 3개월 동안 지옥을 경험했다. 두차례 2군으로 추락했고, 대타로 나서는 경기수가 늘었다. 무기력한 나지완을 대체할 마땅한 선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27일 기준으로 나지완은 최근 4경기에서 9타수 4안타, 3타점에 4사구 3개를 기록했다. 부진 탈출의 전조인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운이 따른 결과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지난 주중 NC를 상대로 1승1패를 기록한 KIA는 주말 두산 베어스전에서 먼저 2패를 당했다. 5할 승률에서 플러스 2승까지 갔는데, 34승35패-승률 4할9푼3리로 내려앉았다.
타선 부진이 답답했다. 4경기에서 13득점, 팀 타율이 1할9푼5리다. KBO리그 10개 팀 중 꼴찌다. 물론, 1할대 팀타율을 기록한 팀은 KIA가 유일했다.
상대가 상위권 팀이기에 고전이 예상됐던 한주였다. 중상위권 도약을 위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기에서 버텨내지 못한다면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