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는 27일 부산 롯데전에서 9회 23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홈런 선두인 롯데 강민호와는 불과 1개 차. 박병호는 경기후 "큰 점수차에서 나온 홈런이었고, 홈런 순위는 머릿속에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과 경쟁자들의 마음속에는 박병호의 존재가 강하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어느덧 홈런 단독 2위다.
올시즌을 앞두고 박병호의 홈런왕 4연패 도전에 대한 예상은 엇갈렸다. 뒤에서 받쳐주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홀로 타선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 넓어진 스트라이크존(막상 시즌에 들어서자 스트라이크존이 변했다는 의견은 극소수인 상황)도 변수로 떠올랐다. 더 극심해지는 상대투수들의 견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들이 많았다. 낙관적인 시선은 박병호의 성장세와 탁월한 파워에 주목했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르다고 봤다는 얘기다.
올시즌 박병호는 차츰 제자리를 찾고 있다. 장타력에서는 강정호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유한준이 커리어 하이로 완벽하게 받쳐주고 있다. 여기에 이런 저런 변수는 타격기술 향상으로 커버하고 있다. 몸쪽에 바짝 붙는 볼도 팔을 붙인 채 재빨리 휘둘러 담장을 넘겨버린다.
현재 추세로 보면 홈런타이틀은 챔피언 박병호와 다수의 도전자 대결로 압축된다. 홈런선두 강민호 역시 상대가 박병호라면 입장이 바뀐다. 그도 도전자 중 한명이다. 강민호가 수치상으로 앞서 있지만 분위기만 놓고보면 무척 다급한 상황이다. 홈런레이스는 나바로(삼성)와 테임즈(NC) 등 2명의 외국인 거포가 22홈런으로 공동 3위, 중장거리포에서 거포로 변신하고 있는 최형우(삼성)와 벌크업으로 체형을 완전히 바꾼 황재균(롯데)이 각각 20홈런으로 공동 5위다.
박병호는 최근 6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박병호의 방망이는 늘 날씨가 더워지면 더 힘을 내곤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병호의 꾸준한 배팅 밸런스다. 타격 수치 전반이 52홈런으로 개인최다아치를 그렸던 지난해 기록을 넘어서고 있다. 박병호는 27일 현재 타율 3할4푼3리(3위)에 23홈런 61타점(공동 4위)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타율 0.309에 29홈런 58타점. 타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개선된 것은 찬스에서의 집중력을 나타내는 득점권 타율이다. 지난해 시즌 득점권 타율은 0.292로 41위였다. 올해는 0.352로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진도 1위(81개)지만 자신감 있게 배트를 휘두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박병호의 타격은 지난 석달간 거의 일정하다. 팀이 72경기를 치러 딱 반환점을 돈 상태다. 수치상으로는 46홈런이 가능하지만 50홈런 언저리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요즘 박병호에게선 침착함이 느껴진다. 3년간 홈런왕 타이틀을 독식하면서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 올초 경쟁자들이 일제히 힘자랑을 할때도 "내 페이스가 늦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들이 잘하고 있다"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병호는 클래스가 다른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홈런레이스 역시 승부처는 팀성적 무빙데이인 한여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