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 걸까.
KIA 타이거즈 4번 타자 나지완(30)이 무기력하게 타석에서 물러날 때마다 팬들은 한숨을 내쉰다. 극심한 부진이 계속되자 코칭스태프, 팀 동료들 사이에서 "안쓰럽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기태 감독은 이미 가이드 라인을 밝혔다. 그는 "4번 타자라면 100타석 정도는 기다려줘야 한다. 그정도가 되면 평균적인 능력치가 나온다"고 했다.
수치를 구체적으로 거론했지만 팀의 중심타자가 살아날 때까지 믿음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다. 나지완을 4번에 놓고 시즌 타순을 구상한 타이거즈 코칭스태프다. 브렛 필을 제외한 중심 타선이 약속이나 한 듯 주춤한 가운데, 사실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기태 감독은 "나지완이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응원한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특타에 나선 나지완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타격감이 살아나면 좋겠지만, 슬럼프가 길어진다면 타순 변화, 휴식 등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나지완은 28일 현재 23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97타석 89타수 16안타 타율 1할8푼, 5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2할4푼7리, 장타율이 2할2푼5리, 득점권 타율이 1할이다. 경기당 1개꼴인 삼진 22개를 기록했는데, 볼넷은 7개에 그쳤다. 장타가 2루타 1개, 홈런 1개뿐이다. 4번 타자로서 면목이 안 서는 성적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62명 중 타격 60위다.
KIA 코칭스태프는 "공을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때려야 하는데, 배트를 급하게 내밀고 있다. 부진이 깊어져서 그런지 침착하게 집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기태 감독은 초반 부진하다가 살아난 지난 시즌을 얘기하며 부진 탈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지완은 지난 시즌 초반에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나지완은 지난해 3~4월 초에 확실히 안 좋았다. 시즌 개막 후 4월까지 열린 47경기에서 타율 2할8리, 3홈런, 16타점에 그쳤다. 출루율 2할9푼2리, 장타율 2할8푼3리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보다 조금 낫지만,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하지 못했다.
초반 주춤했던 나지완은 4월 이후 펄펄 날아올랐다. 5월에 4할2푼4리를 찍은 나지완은 6월에 3할7푼7리, 7월에 3할을 기록했다. 후반기에 다소 페이스가 떨어졌으나 자신의 한시즌 최고인 3할1푼2리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19홈런을 쳤는데, 5월에 가장 많은 7개를 때렸다.
2013년에는 조금 달랐다. 2013년 3~4월에 열린 19경기에서 타율 3할5푼8리, 2홈런, 16타점을 마크했다. 6월까지 3할1푼2리, 12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21개의 홈런 중 6월에 7개를 때렸다. 전반기에 꾸준했던 나지완은 7월 이후에는 2할6푼대에 머물렀다. 최근 2년 상황을 보면 그를 '슬로우 스타터'라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나지완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정상훈련을 하지 못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