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주춤하고 있다.
17일 3연승이 막을 내린 데 이어 20일 무패 행진도 9경기에서 멈췄다. 17일 안방에서 부산과 득점없이 비긴 서울은 20일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서울은 4월 26일 광주전을 필두로 최근 9경기에서 5승4무였다. 그러나 두 자릿 수 무패 행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했다. 하지만 순위 추락은 피할 수 없었다.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승점은 26점(골득실 -1)에서 머물렀다.
서울의 정체는 '제철가 형제'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포항이 이날 부산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전남은 서울을 제압하고 올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했다. 모기업인 포스코인 포항과 전남이 나란히 승점 26점을 기록했다. 골득실에서 앞서 포항이 3위(골득실 +4), 전남이 4위(골득실 +1)에 올랐다.
서울은 지난달까지 10위였다. 연승의 힘은 컸다. 물고 물리는 경쟁 끝에 순식간에 3위로 올라섰다. '슬로 스타터'의 오명은 지워졌다. 전북, 수원과의 선두권 경쟁에 본격 가세하는 듯 했다. 박주영이 부활했고, 탄탄한 스리백으로 안정감은 더 했다. 하지만 부산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발목이 잡혔다. 스리백의 한 축인 이웅희는 경고 2회 퇴장으로 전남전에서 결장했다. 최 감독은 전남전에서 박주영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숨고르기를 선택했다. 박주영은 지난달 31일 울산전을 필두로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사흘 전 부산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자칫 무리할 경우 고질인 무릎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후반을 노렸다.
하지만 이웅희가 없는 스리백이 흔들리면서 전반 31분과 33분, 2분 사이에 두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전남의 임종은과 오르샤가 연속골을 터트렸다. 오르샤는 임종은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서울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주영과 몰리나를 투입하고, 수비는 포백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승부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전남은 서울전 승리가 더 특별했다. 지난해 10월 18일(1대2 패)과 지난달 16일(0대3 패), 최근 두 차례 만남에서 모두 '오심'으로 울었다. 좌절의 끝은 환희였다. 대반전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했다.
포항의 위기 관리 능력도 뛰어났다. 사흘 전 홈에서 인천에 0대2로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무거웠고, 원정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벽이었다. 다행히 험난한 파고를 넘었다. 재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3위 싸움이 뜨겁다. 이제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피할 수도 없다. 주중 변수가 있다. FA컵 16강전이 24일 열린다. 포항은 홈에서 난적 전북을 만난다. 전남과 서울은 원정에서 챌린지(2부 리그) 충주 험멜, K3리그의 화성FC와 각각 만나다. FA컵에는 1장의 아시아챔피언스리(ACL) 출전 티켓이 걸려 있다. 물러설 수 없다. 그리고 주말 K리그 18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전북과 수원은 21일 17라운드에서 2대2로 비겼다. 1, 2위의 승점 차는 7점을 유지했다. 전북은 승점 36점, 수원은 29점을 기록했다. 위, 아래의 여백도 없다. 수원이 3위권의 사정권이다. 6위 광주의 승점도 24점이다. 3위를 바라볼 수 있다.
빅뱅 또 빅뱅이다. 서울은 27일 수원과 올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를 치른다. 첫 만남은 굴욕이었다. 1대5로 대패했다. 안방에서 설욕을 노리고 있다. 전남은 28일 '절대 1강' 전북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기분좋은 추억은 있다. 전남은 4월 26일 전북을 홈으로 불러들여 2대1로 승리하며 '절대 1강'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포항은 27일 홈에서 광주와 격돌한다.
대혼전이다. 자칫 발을 헛디딜 경우 경쟁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안개로 가득하다. 현재에 충실한 팀만이 결국 빛을 볼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