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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G만에 데뷔골' 광주 송승민 "이제 그만 놀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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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의 공격수 송승민(23)이 K리그에서 1년 3개월여만에 환하게 웃었다. 송승민이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27분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광주는 후반 40분 성남의 황의조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최근 5경기 무패(3승2무)행진으로 돌풍을 이어갔다.

송승민의 득점은 2014년 K리그에 데뷔한 이후 34경기만에 나온 K리그 데뷔골이다. 2014년 4월 FA컵 2라운드 고양전에서 첫 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리그에서 득점 없이 3도움만 기록하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맺은 결실이다. K리그 데뷔골의 비결은 남기일 광주 감독의 놀림(?)이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5순위로 광주에 입단한 그는 프로에 데뷔한 이후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나 득점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챌린지에서 맞은 첫 시즌을 무득점으로 마치자 동료들이 놀림이 시작됐다. '15경기 무득점 공격수', '20경기 무득점 공격수', 경기에 들어가기전 그는 이름 대신 '무득점 공격수'로 불렸다. 그러나 무득점이 30경기를 넘어서자 남 감독도 놀림에 가세했다. "30경기 무득점 공격수, 이제 골 좀 넣어야지."

득점이 없어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시키는 남 감독의 믿음과 놀림이 그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감독님이 놀리기 시작하시니깐 자극이 됐다. 이전까지는 팀에 도움이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뛰었지만 이제는 득점에 욕심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슈팅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밝혔다. 연습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5월까지 9경기에서 10개의 슈팅에 그쳤던 그는 6월에 열린 4경기에서 12개의 슈팅을 쏟아냈다. 무득점은 33경기까지 이어졌고, 성남전을 앞두고는 이를 갈았다. "페널티킥이라도 나오면, 선배들에게 '내가 차겠다'고 얘기하려고 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득점이 터졌다. 이으뜸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달려들며 왼발로 밀어 넣었다. 골이 터진 순간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벤치로 뛰어 갔다. 광주의 벤치에서도 환호와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본능적으로 나온 세리머니였다. 그는 "프로에 데뷔한 이후 많은 세리머니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골을 넣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면서 "그냥 본능적으로 벤치로 뛰어가면서 '내가 골을 넣었으니, 이제 그만 놀려달라'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동점골을 허용해 결승골이 되지 못했지만 송승민의 첫 골에 광주 라커룸에는 웃음이 가득찼다. 경기 후 남 감독은 라커룸에서 "'34경기만에 골 넣은 승민이를 위해 박수"라며 제자의 K리그 데뷔골을 축하해줬다.

송승민에게는 이제부터가 새 축구인생의 시작이다. 그는 "데뷔골로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개인 훈련을 더 많이 많은 득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