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은 심판진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다.
일단 심판부를 독립시켰다. 지난 10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경기 본부를 신설했다. 경기 본부와 심판부의 독립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경기 본부 신설의 핵심은 심판진의 전반적 관리다.
심판의 채용, 교육, 평가, 배정에 대해 별도 보고나 절차 없이 경기 본부장이 독립적으로 관리 운영하게 된다. 심판부가 독립적으로 굴러갈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
게다가 KBL은 WKBL과 함께 심판 트라이아웃을 개최했다. 지난 19일 신규 지원자들과 함께 기존의 심판진들의 자질 검증을 했다. 이재민 신임 경기본부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좀 더 수준높은 경기를 제공하기 위해 심판들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연히 맞는 얘기다. 그 말에 내포된 뜻은 지난 시즌 수많은 판정 논란때문에 심판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밀하게 살펴보면,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본말전도
KBL의 두 가지 움직임. 나쁘지 않다. 경기 본부를 신설, 심판 독립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개 트라이아웃을 통해 심판선발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이유가 있다. 일단 지난 시즌 판정 논란을 간단히 살펴보자. FIBA 룰 도입이 이뤄졌다. 1라운드에서 거친 몸싸움이 나왔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판정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것은 심판 개개인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KBL 고위 수뇌부에서 어떤 특정한 지시를 내리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문제다. '득점은 곧 만족도'라고 말한 김영기 총재. FIBA 룰은 극심한 몸싸움 때문에 득점력을 올리는 촉매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방해물이 될 수 있다.
경기 흥미도는 높아지지만 '득점은 곧 만족도'라는 도식에는 맞지 않다. 현장에서는 혼란이 왔다. 모든 감독들이 '판정 기준이 도대체 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시즌 막판 이재민 당시 사무총장은 "몇 가지 오해가 있지만, 판정기준은 바뀌지 않았다"고 필자와의 통화에서 하소연했다. 당시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 감독들, 그리고 취재진이 모두 거친 몸싸움이 '유리농구'로 회귀됐다고 느끼는 경기를 수차례 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KBL 측은 '판정기준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두번째 정체모를 'U1 파울'(일종의 속공파울)이다. 실전에서 속공을 끊는 모든 장면에서 적용됐다. 하지만 기준은 불분명했고, 명백한 U1파울이지만, 넘어가는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시즌 막판 도입됐기 때문에 심판진 자체도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이 부분은 판정 기준의 혼란함을 가속화시켰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판정 논란이다. 대부분 경기를 본 농구 팬이 느꼈겠지만, 판정 기준 자체가 아예 실종됐다. 몸싸움은 전반적으로 완화됐다. 그런데 4강 플레이오프 동부와 전자랜드의 3, 5차전. LG와 모비스의 4차전. 그리고 챔프 2차전 등은 무수히 많은 오심이 있었다.
농구 팬에게 가장 기억남는 부분은 동부와 전자랜드의 5차전이었을 것이다. 당시 4강에서 탈락한 뒤 전자랜드는 심판설명회를 요청했는데, 결국 9개 중 6개가 오심이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1점이 중요한 초박빙 상황에서 나온 판정이었다. 때문에 심판들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플레이오프 판정의 일관된 특징 하나가 있다. 매 경기 홈팀에 유리한 휘슬이 나왔다는 점이다. 물론 경기마다 편차는 있지만, 승부처 장면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홈팀에 이로운 판정 경향이 심했다. 극적인 예가 3월24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LG와 모비스 경기다. 당시 LG가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딛고 84대79로 승리했다. LG의 투혼이 빛난 경기였지만,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자유투 숫자가 29(LG)대 7이었다는 점이다.(오해는 말자. LG의 빛나는 투혼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제퍼슨이 퇴출된 상황에서 LG 나머지 선수들의 정신력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대단했다.)
이것은 일반적인 홈 어드밴티지와는 또 다른 문제다. 시즌 중에도 가끔씩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가 "홈팀 판정은 불리하지 않게 하려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홈 어드밴티지와는 또 다른 문제다.
즉, 냉정하게 보면 과도한 '홈콜'이 플레이오프에서 판정기준을 심하게 흔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부분은 심판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시즌 세 가지의 판정 논란에 대한 문제점. 하지만 되묻고 싶다. '심판 개혁'을 하려는 KBL이 여기에 대해 어떤 심도 깊은 논의나 대안이 있었나. 아무 것도 없다. 이 세 가지를 쏙 빼 먹은 채 심판개혁을 얘기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본말이 전도됐다고 말한다.
▶KBL이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이유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기록원이 퇴장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간단히 살펴보자. 원주에서 열린 챔프 3차전. 작전타임 때 유 감독이 거센 항의를 했다. FIBA 룰에서 작전타임은 데드 볼 상황에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애매했다. 원칙적으로 미리 작전타임을 신청할 수 없다. 정확한 룰은 '동부의 공격이 성공한다. 잠깐의 볼 데드 상황이 생긴다. 모비스가 공격하기 위해 심판이 진행콜을 부르기 직전 약 1초 안팎의 시간이다. 볼 데드가 되면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곧바로 기록원에게 작전타임을 요청한다. 그것을 인지한 기록원은 볼데드 여부를 살핀다. 그리고 작전타임 버저를 울린다. 이때 심판진에서 진행 휘슬을 분 뒤에는 작전타임은 거부당한다. 이 과정에서 유 감독은 기록원들과 말다툼이 있었고, 결국 옆에 있던 보조 기록원이 자진 퇴장을 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같은 사태의 원인은 작전타임 신청의 명확치 않은 기준 때문이다. 실전에서 1초 가량의 데드볼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부르는 것은 너무나 쉽지 않은 상황. 때문에 농구월드컵에서는 볼데드가 된 뒤 상대 감독이 재빨리 작전타임을 불면, 볼이 코트에 들어가지 않은 한 대부분 받아주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이 기준 때문에 경기 전 기록원들은 진행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하지만 경기 감독관도 눈치를 보는 상황. 즉, KBL에서 이같은 어려움을 인식, 유연한 기준을 제시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일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KBL은 끝내 자신의 구체적인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현장에서 문제가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한 사과만 했다.
심판 개혁과 기록원 퇴장 사이에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김영기 총재 부임 직후 5명의 베테랑 심판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현역 심판들까지 트라이아웃에서 신규 지원자들과 함께 교육을 받게 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오심 논란의 주범인 판정기준이 흔들린 세 가지 요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항상 KBL은 어떤 사건이 터지면 '미봉책'을 찾는데 급급했다. 결국 해당 심판진을 중징계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쳇바퀴처럼 돈다. 이같은 구조는 기록원 퇴장 해프닝과 궤를 같이 한다. KBL의 구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반성하지 않고 '희생양' 찾기에 열을 올린다.
심판 개혁의 근본적인 기틀은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판정기준이 흔들린 세 가지 요소에 대해서 KBL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이 없다면 심판개혁은 공염불이다.
게다가 심판 독립을 위해 설치한 경기 본부의 수장은 이재민 전 사무총장이다. 나이키 공인구 계약 파기, FIBA 룰 도입과 U1 파울 등 지난 시즌 판정 논란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심판진들도 분명 문제가 있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을 때, 심판진의 판정과 판독이 가리키는 판단은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많은 변수로 인해 판정기준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팀 입장에서 보면 감독이 싸울 수 있는 선수가 충원되지 않은 채 연패를 하는데, 모두 감독의 전술전략 탓으로 돌리는 것과 똑같다.
판정 논란의 책임을 심판에게 오롯이 돌리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KBL이 정확한 판정기준을 마련한 뒤 심판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움직임은 어떤가.
'개혁의 탈'을 쓰고 심판진 흔들기에만 과도하게 몰입돼 있다. 불편한 진실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