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영희가 전혀 색다른 매력으로 돌아왔다. 신수원 감독의 신작 '마돈나'를 통해 서영희는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이 이만큼 넓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다. 서영희가 '마돈나'의 간호조무사 해림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읽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영화로 나온 것을 보니까 시나리오 때보다 표현된 감정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미나 역을 맡은 (권)소현이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감정 이입도 잘되더라고요."
서영희가 맡은 해림 역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사회 밑바닥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미나의 행적을 쫓는 캐릭터다. "해림의 감정선이 조금 생략된게 아쉽긴 하지만 미나의 이야기가 중요한 작품이니까요."
극중 해림은 미나의 행적을 쫓다 그와 동화돼가는 인물이다. 돈에 집착하던 해림은 어느새 미나에게 연민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변화를 표정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담담한 해림을 원하셨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 정도가 맞나'라는 생각을 한거죠. 보시는 분들이 내가 생각하는 감정을 따라올까 제대로 보였을까 하는 걱정이었는데 감독님을 믿고 갔어요. 감독님이 원래 해림의 자리는 거기다라고 말씀해주셨거든요. 미나의 삶을 공감하면서 잔잔하게 가야한다고 했는데 거기서 어긋나면 안되죠."
그의 말처럼 신 감독은 여성이라 디테일함이 더했다. "여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독님과 이야기가 더 잘 통했던 것 같아요. 제가 놓치는 부분도 잘 챙겨주시고요. 남성감독 여성감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디렉션을 주시고 디테일한 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마돈나'는 꽤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다. 하지만 배우 서영희가 그것을 보고 택한 것은 아니었다. "사회 비판적이라는 건 잘 모르겠고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냥 마돈나와 해림이라는 여성의 삶이 너무 안타깝고 그래서 '마돈나'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택하게 됐고요."
저예산 영화라는 '불편함'(?)은 가족적인 분위기로 해결했다. "물론 촬영현장이 풍요롭지 못하죠. 하지만 그만큼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응원을 많이해요. 그래서 가족적인 부분도 많이 생기고 따뜻하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됐다. "올해는 칸에 가서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더 좋겠죠.(웃음)" 칸영화제가 한번 찾은 감독은 잊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면 신 감독과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서영희가 다시 칸에 갈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