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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어지간한 걸그룹은 다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22일 씨스타와 AOA가 신곡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7월 중순까지 걸그룹들의 릴레이 컴백이 이어진다.
'여름=걸그룹'이란 공식이 낯선 것은 아니지만 올 여름처럼 최정상 걸그룹부터 신인 걸그룹까지 경쟁적으로 컴백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걸그룹의 주요 팬층인 삼촌들이야 벌써부터 두 눈이 호강할 생각에 즐겁기만 하지만 결전을 앞둔 걸그룹 제작자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간지 오래다.
특히 요즘은 사전 프로모션부터 활동 기간 내내 이슈몰이를 할 수 있는 콘텐츠 준비까지 한 번의 컴백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큰 만큼, 기획사 마다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이는 인기 최정상의 걸그룹은 물론이고 고래 싸움에서 버텨내야 하는 신인급 걸그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요 팬들 사이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몰려 나와 소모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불평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컴백을 준비 중인 걸그룹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조건 직진'을 선택해야만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올 여름에 유난히 대형 걸그룹들의 컴백이 몰린 이유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은 치열한 눈치 싸움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당장 걸그룹들이 컴백 시 겹쳐지는 것을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상대는 최고의 팬덤을 자랑하는 소녀시대와 발표하는 노래마다 히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씨스타다. 그나마 씨스타야 비교적 일찍, 6월 중순 컴백을 확정했지만 소녀시대는 아직까지도 컴백 날짜가 정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걸그룹은 소녀시대를 피하기 위해 컴백 시기를 저울질해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소녀시대의 안갯속 컴백 일정에 이들은 더 이상의 저울질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고 서둘러 컴백 일을 확정 지었고, 거기서 겹치는 그룹들이 나오게 됐다.
한 관계자는 "한 걸그룹의 경우 이미 지난 5월 말에 노래며 안무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소녀시대의 컴백일을 기다리다 두달 가까이 컴백을 늦춰야 했다"고 전했다.
걸그룹의 활동 트렌드가 바뀐 것도 걸그룹 홍수를 낳은 한 원인이 됐다. 뮤직K의 이응용 이사는 "한 가수를 성공시키는 전략은 크게 한 방을 노리는 작전과 잽을 계속 던지며 한 방이 걸리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나뉜다. 그런데 디지털 음원 시장이 되며 계속해 잽을 던지는 작전이 예전보다 쉬워졌다"며 "특히 신인의 경우 이 작전이 더욱 중요해졌고 그러다보니 최정상의 걸그룹과 신인급 걸그룹이 뭉쳐서 나오는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절적 요인도 무시 못한다. 걸그룹은 대부분 노출이 많다보니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욱 주목을 받는다. 여기에 각 방송사 역시 걸그룹 멤버들을 활용한 여러 여름 특집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여름에 나오는 걸그룹은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여름에는 각종 행사가 쏟아지는 만큼 6월과 7월에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해야 7, 8월 행사 성수기를 바쁘게 보낼 수 있다.
걸그룹들이 몰릴때 함께 나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 걸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걸그룹 컴백에 있어 가장 좋은 시기는 경쟁 걸그룹이 한 팀도 없을 때이다. 그렇다고 보이그룹들이 대거 활동하는 시기에 걸그룹이 홀로 컴백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만 해도 보이그룹이 대거 활동했다. 만약 이때 어설픈 인지도의 걸그룹이 컴백을 하면 존재감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바에는 차라리 걸그룹들이 몰려 나올때 컴백해 서로 비교가 되면서 주목을 받는게 낫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걸그룹들이 최근 들고 나오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비슷비슷해진 것도 컴백이 몰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있다. 이응용 이사는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간에 콘텐츠 제작 능력면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신인급 가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콘텐츠에 대한 퀄리티가 확보되며 걸그룹 경쟁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뜻밖의 대박을 터트리는 팀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2015년 걸그룹 대전'이 22일 시작됐다. 올 여름에는 어떤 그룹이 어떤 춤과 노래 그리고 의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며 인기를 얻게 될지 벌써부터 그 경쟁의 치열함이 느껴질 정도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