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경기가 벌어진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스파크.
피츠버그의 우익수 호세 타바타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석에서 격한 야유가 쏟아졌다. 타바타는 4타수 1안타를 쳤지만, 팀이 2대9로 패한데다 야유까지 받았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바타는 전날 경기에서 9회 2사후 몸에 맞는 공을 얻어 워싱턴 투수 맥스 슈어저의 퍼펙트 게임을 가로막았던 주인공.
워싱턴 홈팬들이 야유를 퍼부은 이유는 타바타가 당시 슈어저의 퍼펙트 게임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팔꿈치를 내렸다고 봤기 때문. 하지만 타바타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난 안타를 치고 싶었다. 그것(팔꿈치를 내린 것)은 본능임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난 안타를 원했지, 사구를 맞으려 한 것은 아니다. 출루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내셔널스파크는 슈어저의 노히터(no-hitter)와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했다. 미국은 이날이 아버지의 날(Father's Day,현지 6월 21일)이었다. 슈어저가 아버지의 날을 하루 앞두고 부모에게 멋진 선물을 안겨준 셈. 마침 슈어저의 부모인 브래드와 쟨 슈어저 부부가 전날 내셔널스파크를 찾아 아들의 노히터를 지켜봐 의미가 컸다. 이들 부모는 다음달 아들의 홈경기를 본다는 당초 계획을 앞당겨 이날 집이 있는 미주리주를 떠나 워싱턴까지 날아왔다.
슈어저는 경기전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어젯밤 부모님과 영광을 함께 했다는 게 기분좋다. 아버지가 원하셨던 선물이었을 것이다. 넥타이보다는 노히터가 낫지 않은가"라며 활짝 웃은 뒤 "사실 어제 경기후 잠을 많이 자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믿기지 않은 경기를 했으니 잠이 올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슈어저는 노히터를 달성한 뒤 지인들로부터 약 120개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다른 팀 선수들이 보내준 축하 메시지였다. 내가 참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더라. 성원에 감사한다"면서 문자를 보내준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슈어저는 노히터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 던진 공을 자신의 라커에 보관해 놓았다.
특히 이날 이색적인 장면은 상대팀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이 전날 경기의 라인업을 적은 카드를 슈어저에게 선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슈어저는 라인업 카드에 사인을 한 뒤 허들 감독에게 다시 선물했다. 허들 감독은 이 카드를 경매에 올려 수익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어저의 노히터와 관련해 숱한 이야기가 쏟아진 날이었다.
한편, 슈어저는 이날까지 8승5패,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중이다. 특히 최근 두 차례 선발등판에서는 57타자 가운데 54타자를 아웃시켰고, 삼진 26개를 잡아내며 절정의 피칭감각을 과시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