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팀 방어율이 5.11이다. 10개 구단 중 9위다.
그런데 팀 순위는 3위다. 그것도 선두 NC, 2위 삼성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상식에서 빗겨나 있는 두산이다.
이 부분에 대해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질 때 많이 져서 그렇다"고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다득점 패배가 많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중간계투진과 마무리의 불안함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5월20일 잠실 삼성전이었다. 당시 선발 마야가 무너지면서, 두산은 6대25로 패했다. 핸드볼 스코어였다.
5월까지만 해도 두산의 중간계투진은 소위 '계산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순간, 상대 추격의 흐름을 끊어줄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다가 패한 5월14일 SK전 8대9 패배, 6월6일 목동 넥센전 8대9 패배 역시 마찬가지 맥락.
하지만, 현 시점에서 두산의 불안감은 약간 다르다.
믿을 만한 카드가 나오고 있다. 6월13일 NC전에서는 오현택, 14일에는 함덕주와 오현택, 16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함덕주와 이현승, 17일에는 이현호가 상대의 추격 흐름을 차단했다.
18일에는 윤명준과 오현택이 그랬다.
즉, 필승계투조 중 한 명의 믿을 만한 카드가 경기마다 나오고 있다.
문제는 돌아가면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오현택이 중심에 서 있지만, 그렇다고 기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함덕주와 이현호는 롤러 코스터 피칭을 하고 있다.
1경기 호투를 펼치다가도 그 다음 경기 컨디션이 나빠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시즌 전부터 두산의 중간계투진은 약점으로 꼽혔다. 강한 선발과 뛰어난 타격에도 두산이 뼈아픈 역전패를 많이 하고 있는 핵심 이유다.
하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그들의 성장세가 보인다.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매 경기 인상적 투구를 하는 선수가 보인다.
때문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우리 중간계투진이 최선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최근 두산은 마무리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노경은이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7-4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형우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헌납했다. 7, 8, 9회 삼성의 필승계투조로부터 추가점을 얻으며 두산이 분위기를 완벽히 장악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했다.
이 경기 이후 김 감독은 "노경은을 고정 마무리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좀 더 기민한 투수교체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여전히 두산의 중간계투진은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발전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복이 심한 중간계투진. 1~2점 차 승부를 마음놓고 맡길 수 없는 마무리 노경은의 부진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경은을 대신해 이현승이나 이현호를 마무리로 올리는 것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중압감이 큰 마무리의 자리다.
두산의 중간계투진을 보면 '칠전팔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중간계투가 무너지면서 뼈아픈 패배를 많이 당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분위기를 바꾸며 상승세로 재빨리 전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중간계투진의 기량 향상이 돋보인다.
현 시점에서 두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노경은이 컨디션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든지, 코칭스태프의 기민한 투수교체로 사실상 경기 당일 컨디션이 가장 좋은 중간 투수가 그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단 마무리 체제도 가능하다. 두산의 '뒷심 계산'을 만드는 과정은 이제 또 다른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