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화-넥센전에 앞서 마산구장에는 귀여운 얼굴의 초등학생 한 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경기전 시구시간. 유니폼까지 차려입고 성큼 성큼 나아가 마운드 투수판을 밟았다. 완벽한 자세로 와인드업까지 했다. 힘차게 던진 볼은 특별한 인연으로 시구를 받으러 앉아 있던 NC 내야수 손시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약간 높게 형성된 스트라이크. 이날 시구는 창원 사파초등학교 6학년 위주빈군이 맡았다. 2013년 11월 오른손 엄지에 악성종양이 생겼는데 육종암(근육이나 뼈에 생기는 악성종양) 진단을 받았다. 1년간의 고통스런 투병생활. 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글러브를 낄 수 없었다. "오른손으로 공을 못 던지면 왼손으로 던지는 법을 배워서라도 야구를 하겠다"던 강한 의지. 이를 악물고 병마와 싸워 다시 꿈에 그리던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존경하는 프로야구 선수이자 자신의 롤모델이 손시헌이었다. 사연은 NC구단에 알려졌다. 위군을 시구자로 초청해 이날 행사가 이뤄졌다. 시구가 끝나자 손시헌은 환한 얼굴로 다가가 위군 앞에 섰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위군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열심히 하고, 아프지 말고, 나중에 프로에서 만나자." 이어 손시헌은 "형이 선물하나 줄께"라며 자신이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위군에게 직접 걸어줬다. 그리고 야구공에 자신의 사인을 더해 건넸다.
"유격수 손시헌 선수를 좋아하는데, 손시헌 선수를 만나 내야 수비를 잘하는 방법을 꼭 배우고 싶다"던 위군은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시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와서도 흥분된 표정이었다. 위군은 "설레고, 기뻤습니다. 마운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어른스런 소감을 남겼다. 최근 프로야구 시구는 인기스타들이 찾아와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 외에 이처럼 감동스런 사연을 가진 이들이 사람냄새, 희망과 가슴 뭉클함을 전하는 이벤트로도 진행되고 있다. 짧았지만 프로야구의 존재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으론 충분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