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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조대식 주캐나다대사와 '오타와 미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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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 수도 오타와에선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조대식 주캐나다 대사는 지난 16일 정해성 캐나다여자월드컵 선수단장(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멘탈 코치' 윤영길 한체대 교수 등 여자대표팀과의 오찬 자리에서 '오타와 미라클'을 예언했다. 14일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 44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 잡은 승점 3점을 놓친 태극낭자들이 15일 오타와에 입성했다. 조 대사 내외는 한문종 오타와한인회장 등 교민 40여 명과 함께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숙소에 도착한 선수들을 환영했다. 조 대사는 "선수들의 어깨가 많이 처져 있더라. 집사람이 선수들을 보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더라고 하더라"는 말을 전했다. 조 대사는 격려와 응원 차원에서 전 선수단과 함께 오찬을 갖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마지막 스페인전을 앞두고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정중히 초청을 고사했다.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일이 급했다.

조 대사는 지난 3월27일 주캐나다대사 임용장을 받았다. 캐나다에 오타와에 부임한 지 채 2주도 되지 않았다, 정 단장과 윤 교수에게 선수들의 상황과 분위기를 세심하게 물었다. "그렇게 비기고 나서 분위기가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무 좋은 것도 너무 좋지 않은 것도 좋지 않다. 선수들을 안정적인 중립지역으로 끌어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윤 교수의 설명을 경청했다. 조 대사는 "캐나다 대사로 온 후 내 첫 임무가 이번 여자월드컵이다. 22만명의 우리 캐나다 동포들이 우리 선수들을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1980년대 중반 첫 부임지로 온 캐나다 오타와에 30여 년만에 돌아왔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교민이 사는 곳은 토론토다. 11만명 정도 산다. 몬트리올 한인 사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9000명 정도다. 오히려 조금 줄어드는 모양새다. 오타와 한인사회는 3000명으로, 30년전에 비해 5배가 넘게 성장했다. 한인들의 성장세가 뚜렷한 오타와에서 여자축구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오타와는 캐나다의 수도다. 우리선수들이 수도 오타와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북미 한인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동석한 한문종 한인회장에게 선수들을 위한 새벽 기도회라도 하라며 은근한 압력(?)을 넣었다. "국내에서 메르스 등 힘든 뉴스가 많이 들려오는데, 우리 선수들이 승전보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주캐나다대사관은 여자축구대표팀을 맞기 위해 몇달동안 세심하게 준비했다. 대사관에서 미리 확보해둔 랜스다운스타디움, 스페인전 응원석 450석은 순식간에 동났다. 이날 현장에서 오타와 교민들은 붉은 악마 응원단과 함께 붉은 티셔츠, 붉은 막대 ,태극기 등 응원도구를 들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오타와에는 한식을 제공하는 호텔이 없다. 대사관측은 5월 말 선수단이 머무르는 델타호텔 셰프들에게 한식 요리 강습을 실시했다. 선수들의 식사를 위해 파주NFC의 조리장 1명이 동행했지만, 대사관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한국의 첫승, 첫 16강이 확정되는 순간, 정 단장과 조 대사는 따뜻하게 포옹하며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자축했다. 조 대사의 말처럼, 수도 오타와는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성지가 됐다.

'윤덕여호' 선수들은 19일 몬트리올로 되돌아가기 전 조 대사에게 두번째 오찬 초대를 받았다. 캐나다대사관저에 따뜻한 '16강 축하 오찬'이 열렸다. '16강 반전 드라마'를 쓴 태극낭자들은 이날 오후 캐나다 몬트리올에 재입성했다. 울면서 나갔던 몬트리올에 웃으면서 되돌아오게 됐다. 22일 오전 5시(한국시각) 프랑스와 16강 맞대결을 펼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타와,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