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신기루같다. 분명 손만 뻗으면 움켜쥘 것 같은데 번번히 헛손질이다. 5번이나 그랬다. 한화 이글스의 '4연승 도전'이 5연속 실패로 돌아갔다.
한화는 2015 KBO리그에서 두 가지 진귀한 기록을 갖고 있다. 10개 구단 중에 유일하게 3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동시에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4연승 이상을 하지 못한 팀이기도 하다. 리그 1위인 삼성 라이온즈도 4연패와 5연패가 한 차례씩 있다. 반면, 리그 최하위인 kt 위즈조차도 4연승과 5연승을 한 번씩 경험했다. 그런데 한화만 3연패도 없고, 4연승도 없다. 특이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5번째 '4연승 도전'에 나섰지만 , 6대7로 1점차 패배를 당하며 또 쓴맛을 보고 말았다.
이런 모습에 대해 한화 김성근 감독은 "총력전을 펼쳐 3연패도 막았지만, 아직 4연승을 할 힘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한화 야구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화는 왜 5번이나 4연승 도전에 실패했을까. 5번의 실패를 차례로 돌아보며 그 이유를 찾아봤다.
▶첫 실패 : 비에 쓸려간 상승세?
첫 4연승 도전 실패는 4월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때였다. 당시 한화는 시즌 첫 상승 무드에 있었다. 앞서 4월24일부터 26일까지 대전 홈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주말 3연전에서 시즌 첫 스윕을 달성하며 3연승의 신바람을 낸 상황. 이 3연승 덕분에 한화는 5할 승률에서 +2승(12승10패)을 기록하며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정황상 4연승의 가능성이 컸다. 3연승 후 월요일 휴식을 통해 지친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고, 때마침 KIA는 5할 승률에 못미치던 팀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화요일이었던 28일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되면서 2일 연속 휴식이 발생한 것. 결과적으로는 이게 오히려 KIA쪽에 호재였다. 한화는 29일 경기에서 3-0으로 앞서다 4회말에 5실점, 6회말에 4실점하며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두 번째 실패 : 머나먼 선발야구
한화의 두 번째 4연승 도전은 5월3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앞서 한화는 4월30일 광주 KIA전부터 5월2일 대전 롯데전까지 3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첫 번째 실패때처럼 우천 취소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도 않았다. 한화는 홈구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먼저 2승을 따내며 시즌 두 번째 스윕과 첫 4연승 도전이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선발 야구'가 잘 안되던 때다. 하필 선발로 나선 유창식이 불과 ⅓이닝 만에 5실점(3자책)하면서 결국 4연승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1회에 한꺼번에 5점을 내준 데미지는 너무 컸다.
▶세 번째 실패 : 막내의 역습
한화는 5월24일 수원 kt 위즈전 때 세 번째 4연승에 도전한다. 앞서 5월21일 인천 SK전부터 23일 수원 kt전까지 3연승을 거뒀다. SK를 상대로는 2패 뒤 1승을 거뒀고, 수원 원정경기에서 먼저 2승을 따낸 상황. 다시 스윕과 4연승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막내구단 kt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한화는 일요일이었던 이날 경기에 화요일 선발로 나선 유먼을 투입했다. 그러나 유먼은 이 당시까지만 해도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결국 4이닝만에 2안타에 무려 8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4실점하는 바람에 한화의 4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네 번째 실패 : 아쉬웠던 판정
6월들어 한화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그간 잘 안 이뤄졌던 '선발 야구'가 통하면서 월간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한화에게 네 번째 4연승 도전이 펼쳐졌다. 6월 12일 대전 LG 트윈스전이다. 앞서 한화는 대단히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9~11일 대구 원정 3연전에서 무려 7년 만에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스윕을 달성한 것. 이로 인해 한화는 분명 시즌 최고의 상승세에 올라 있었다. 그 기쁨을 간직한 채 홈구장으로 왔다. 더구나 한화는 이전까지 홈구장 승률이 무려 6할3푼(17승10패)에 달했던 팀이다. 또 LG는 리그 9위까지 추락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4연승 달성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선발로 나온 배영수가 2⅔이닝만에 홈런 2개를 포함해 4안타 5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특히 한화가 3-5로 추격하던 3회말 2사 1,2루 때 나온 문승훈 구심의 볼판정이 아쉬웠다. 대타 김태완을 상대로 LG 투수 임정우가 볼카운트 2S에서 던진 커브가 무릎 밑에서 잡혔는데 문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김성근 감독이 격노해서 뛰쳐나왔지만, 번복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추격의 흐름이 끊긴 장면.
▶다섯 번째 실패 : 아쉬웠던 번트실패
계속된 실패에도 기회는 온다. 6월17일 대전 SK전에 한화는 다섯 번째 4연승 도전에 나섰다. 앞서 13~14 대전 LG전에 승리를 거둔 한화는 15일 월요일 휴식을 취한 뒤 다시 16일 홈구장에서 SK를 만나 승리했다. 이로써 한화는 대 SK전 강세를 확실히 입증했다. 이 경기까지 해서 한화는 SK를 상대로 5승2패의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17일에 운명의 대결이 펼쳐졌다. 선발은 유먼. 그런데 믿었던 유먼이 초반부터 무너졌다. 1회에 연속안타로 1점을 내줬고, 3회에 홈런 2개를 포함해 3점을 내줬다. 그래도 한화는 특유의 뒷심을 보이며 추격했다. 8회말에 3점을 뽑으며 6-7까지 따라붙었다. 흐름이 바뀐 듯 했다. 9회말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최진행이 사구로 출루한 것. 김성근 감독은 후속타자 고동진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냈다.
하지만 고동진의 번트는 허무하게 내야 위로 뜨면서 잡히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이 번트 실패가 치명적이었다. 다음타자 김태완이 좌전안타를 쳤기 때문. 결국 한화는 1점차로 패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