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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가 되고자 한 남자들의 욕망, 패션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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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인간 태초의 감정인 욕심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재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상류사회'나 영화 '은밀한 유혹'은 모두 더 갖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을 다룬 작품들이다. '상류사회'는 가난한 환경에서 결핍을 갖고 자라 재벌2세들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상류층 진입을 꿈꾸는 남자, 준기(성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은밀한 유혹'은 첩의 아들로 태어나 재벌인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상처로 한 여자를 이용해 아버지의 재산을 고스란히 가로채려는 성열(유연석)의 쓴 인생을 조명한다. 두 남자 모두 자신이 가진 것 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한다. 당연히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세계에서의 자신을 동경하고 욕망하고 있다. 작품에는 이 남자들이 기어코 도달하고자 하는 대상도 등장한다. 한없이 자유분방하고 오만하며 매혹적인 남자들, '상류사회'의 재벌2세 창수(박형식)와 '은밀한 유혹'의 재벌 회장이자 성열의 아버지 석구(이경영)가 그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준기와 성열의 스타일링과 창수와 석구의 스타일링이 닮아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 패션을 통해 이들을 읽어보았다.

성준과 유연석은 몸에 꼭 맞는 수트를 주로 착용한다. 나무랄데 없는 핏이 빈틈없고 계획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수트도 정형화 된 스타일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준의 스타일링을 맡은 이진규 실장은 "핏을 가장 중요시했고, 스탠다드한 스타일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자 했다. 타이를 선택하더라도 포멀한 것을 택했다.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트의 디테일도 꼼꼼하게 챙겼다. 피크드 라펠(수트 상의의 깃 각도가 뾰족하게 위로 솟은 것)을 주로 착용했다고 한다. 격식 있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였다.

영화 '은밀한 유혹'의 유세희 의상실장은 유연석의 수트룩에 대해 "시나리오상 비서 역할로 나오기에 갖춰입은 느낌을 주려고 수트를 선택한 것도 있지만, 회장 앞에서 움추려 있는 모습을 수트 자체의 불편한 느낌을 통해 전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전했다. 초반 마카오 신에서는 화이트나 블루와 같은 밝은 컬러의 수트나 셔츠를 입은 것에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다크한 수트를 착용한 것은 캐릭터 자체의 불안한 느낌을 표현하려는 의도도 숨어있었다.



욕망의 남자들이 꿈꾸는 자리에 이미 도달한 남자를 연기하는 박형식과 이경영의 의상은 자유분방하다. 박형식의 경우,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수트 패션에서도 남다른 포인트가 있다. 타이를 착용하더라도 폭이 좁은 트렌디한 느낌의 타이를 착용하거나, 때로는 노타이로 등장한다. 어디에도 얽매어 있지 않은 자유로운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운동을 즐기는 캐릭터의 성향 상, 운동복 차림으로도 등장하는데, 이 역시 남자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진취적이고 남성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경영은 카디건이나 구김이 있는 셔츠 등, 편안한 리조트 룩을 선보인다. 모두 유니폼을 착용한 요트 위 장면에서 그의 편안한 룩은 특히 도드라져 보인다. 유세희 의상실장은 "석구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인데다 요트를 집으로 생각할만큼 자유로운 성향도 강한 인물이다. 그런 성향을 의상을 통해 드러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편안한 룩 가운데에도 스카프나 시계, 안경 등의 아이템을 활용해 재벌 회장의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성준과 유연석의 수트는 욕망 충족에 대한 강박이나 스스로에 대한 구속으로 읽을 수 있다. 반면, 박형식과 이경영의 편안한 룩은 어디에도 얽매여있지 않은 자유롭고 거침없는 성향을 드러낸다. 일상에서의 패션 역시 옷을 입는 사람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 의상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각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